이글스의 글렌 프레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글스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망을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나는 이글스를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잘 알려진 “Hotel California”, “Sad Café”, “Desperado”, “I Can’t Tell You Why”, “One Of These Night” 등의 곡들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룹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CD는 확실하고 LP마저 내겐 한 장도 없다.
컨트리, 블루스래스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이 그룹의 록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LA에서 결성된 그룹이었지만 중학교 시절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면 나는 먼지 폴폴 날리는 서부를 연상하곤 했다. 흙먼지 날리는 벌판에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호텔. 아니면 간간히 나오는 모텔 외에는 황량한 여정이 떠올랐다. 태양이 뜨거운 오후 3시 목마른 여행자가 떠난 길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같았다.
이 노곤한 풍경은 나름 매력적이긴 했다. 하지만 건조한 사운드는 당시의 내 마음엔 그저 그랬다. 그나마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야 위에 언급한 곡들 정도를 좋아하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글렌 프레이보다는 돈 헨리의 목소리를 더 좋아했다. 건조한 것이 살짝 답답한 듯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좋았다. 제대로 피곤한 목소리.
글렌 프레이의 노래에서 매력을 느낀 것은 그의 솔로 앨범에서였다. 이글스의 시골 풍경을 떠나 그는 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Sexy Girl”, “Don’t Give Up”, “The Heat Is On”, “You Belong To The City”같은 곡은 비정함 속에 낭만이 있는 도시를 위한 찬가였다. 그 가운데 그의 첫 앨범 <No Fun Aloud>(1982)에 수록된 “The One You Love”를 특히 좋아했다. 이 곡에서 나는 이글스를 들으며 먼 길을 떠났던 여행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도시의 집에 돌아와 느끼는 안락함을 느꼈다.
여기에는 글렌 프레이의 노래도 노래지만 사실 색소폰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매우 단순한 진행이지만 어니 와츠와 짐 혼이 파트를 나누어 연주한 솔로는 그 자체로 피곤을 감싸는 힘이 있었다. 지금도 이 느낌은 유효하다. 낮의 삶에 지친 나를 어루만진다. 그래서 글렌 프레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
아고..노곤노곤해지네요^^
안락함과 편안한 느낌을 양으로 따지자면…아마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의 정도..딱 그 만큼 비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소리가 감미롭지만은 않은게 매력있네요.
목소리는 사실 평이한 편이죠. 그래서 편안한건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