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것은 이제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는 것만큼이나 일반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클래식의 유명 테마를 재즈의 흔들리는 리듬 위에 올리는 방식, 그러니까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이 경우 테마의 음악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중에 지난 2012년에 발매된 에두아르 페를레의 <Think Bach>는 클래식, 그것도 부동의 이미지가 강한 바흐의 음악을 매우 창의적인 방식으로 연주해서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그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테마를 소화한 후 자유로워진 상태에서의 즉흥 연주에 방점을 둔 연주를 펼쳤다. 바흐의 방식으로 즉흥 연주를 했다고 할까?
이번 앨범은 2012년 연주를 새로이 변용하고 발전시킨 것이라 할만하다.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클래식 하프시코드 연주자 비올랜 코샤르와 듀오 연주를 펼쳤다. 하프시코드 연주자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바흐를 주제로 한 앨범 <Préludes et autres fantaisies>를 발표한 것에 주목한 프랑스 뮤직 라디오의 아리엘 뷔토가 두 연주자를 같은 무대에 서게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수 차례의 공연을 거쳐 앨범 녹음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두 연주자의 음악적 성향을 두고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에두아르 페를레의 영향으로 비올랜 코샤르 또한 악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즉흥 연주를 펼치니 말이다. 게다가 <Think Bach>에서처럼 이번 앨범 또한 에두아르 페를레가 편곡하고 발전시킨 새로운 제목의 바흐를 연주하고 있으니 재즈라 하는 것이 맞다. 굳이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을 생각한다면 바흐를 곁에 둔 두 건반 연주자의 만남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바흐의 “평균율 조곡”, “무반주 첼로 조곡”, “마태 수난곡” 등이 두 건반 연주자에 의해 어떻게 변주되는가에 주목하는 동시에 피아노와 하프시코드의 어울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향적으로 피아노는 현을 두드려 음량이 크고 강약조절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프시코드는 현을 튕기는 것으로 음량도 작고 강약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울림이 쉽지 않은데 두 연주자는 이러한 우려를 벗어난다. “평균율 조곡 1권”의 ‘Prélude in E Minor, BWV 855’에 대한 알렉산더 실로티의 편곡을 바탕으로 새로이 연주했다는 “Aparté”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경건한 바흐가 땅위를 질주하도록 만든 연주에서 피아노와 하프시코드는 완벽한 일치로 전진을 거듭한다. 서로의 자유로운 연주를 지원한다. 이것은 분명 바흐가 색다르게 연주되었다는 것보다 더 큰 감상의 재미를 제공한다.
기존과는 다른, 클래식을 존중하면서도 재즈의 자유로움이 보장된 연주가 가능한 것은 즉흥적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연주자가 재즈건 클래식이건 그 상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소양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연주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바탕이 다른 두 연주자를 어울리게 했다.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느낌의 바흐, 다른 공간에 놓인 바흐가 아니라 평행우주의 다른 차원에 놓인 바흐를 만나게 한 것이다.
와우!! 절묘함과 긴장감이 막..어우러지는 느낌입니다.
예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잘 줄타기하는 느낌 ㅎ
오..정말 그러네요..^^ 에두아르 페를레 연주가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아리엘 뷔토의 안목에 박수를..
조금 더 주목 받아도 되는 연주자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