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부터였나? 나는 어차피 오래 전 발매된 앨범들을 다 듣지 못할 바에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재 발매되는 앨범들을 최대한 많이 듣자는 결심을 했다. 한 해를 보내고 그 해 최고의 앨범을 선정할 때 보다 많은 후보 군에서 객관적으로 선정하자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 해에 발매된 모든 앨범을 내가 다 들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객관적 이려 해도 결국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제대로 주관적이고 싶어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약 350여장의 앨범을 들었다.
앨범 선정 작업을 하면서 새삼 재즈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재즈가 이제는 서로 이질적인 음악이 재즈의 테두리 안에서 공존할 만큼 매우 모호한 음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즈의 개방성이 재즈를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과거에 비해 갈수록 최고의 재즈 앨범을 고르기 어려워 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 앨범에 대해 완성도를 평가하고, 나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내 취향에 부합되는 앨범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러 앨범들 사이에 우위를 정하기에는 하나의 기준이 필요한데 현재 재즈는 하나가 아닌 여러 기준을 병립하게 만든다. 즉,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다른 재즈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15년은 인상적인 앨범들이 매우 많았지만 또 그 가운데 전체를 압도할만한 앨범이 없었다. 연주자들 또한 자신의 음악적 만족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10장의 앨범 선정에 앞서 30장의 앨범으로 후보를 압축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어떤 앨범을 머리에 두어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완성도가 높았고 각각의 확실한 음악적 이유를 지닌 앨범들이었다. 결국 최종 10장의 선정은 후보작들을 몇 개의 군으로 나누고 그 중에서 최고의 앨범을 선정하고 다시 그 가운데 내게 얼마나 큰 정서적 만족을 주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 결정했다
Desire – Yuri Honing (Challenge)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색소폰 연주자 유리 호닝의 이 앨범을 선정한다. 아마도 유리 호닝의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담은 것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앨범에서 색소폰 연주자는 욕망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갈증, 부재의 감정부터 소유에 대한 희망까지 다양한 감정을 뜨겁게 분출하는 연주가 아닌 절제된 연주로 표현했다. 역동성이 부동성에 자리를 내준 듯한 연주, 그래서 일부분이 움직이면서 사진의 느낌을 주는 GIF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
The Epic – Kamasi Washington (Brainfeeder)
음악적 상상력의 측면에 있어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갑자기 나타난 색소폰 연주자 카마시 워싱턴의 이 앨범이 2015년의 최고였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앨범에서 그는 그 타이틀답게 서사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그 서사는 공상과학 영화 같은 것이었다. 빅밴드, 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위용을 드러낸 사운드와 그 위를 유영하는 색소폰 솔로는 마치 스타워즈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는 존 콜트레인같았다. 다만 포화된 사운드는 아쉬웠다.
Cthulhu Rising – Reuben Bradley (Rattle)
한국에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도 괜찮을 실력을 지닌 연주자가 있듯이 세계 곳곳에는 너 넓은 곳에서 음악을 펼쳐야 할 연주자들이 많다. 뉴질랜드 드럼 연주자 루벤 브래들리도 그렇다. 이 앨범에서 그는 작품 전체에 걸쳐 하나의 환상적이고 기괴한 세계를 구축했던 공포 소설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주제로 강렬하고 단단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합주 자체가 소설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연주였는데 그 시원한 파괴력은 과거 배드 플러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 이상이었다.
Mette Henriette – Mette Henriette (ECM)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색소폰 연주자 메트 헨리에트는 2015년의 발견이었다. 글쎄. 그녀가 앞으로 이번 앨범처럼 창의적이며 사려 깊은 음악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만큼 두 번을 하기 어려운, 아니 다시 하면 순도가 떨어질 법한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되돌리려는 듯한 반복적 움직임, 회색 빛 정서는 어느 순간에 불쑥 솟아 오른 것을 손에 쥐었을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 연주자보다 음악 자체가 아련하고 황홀했던 앨범.
In The Morning – Stefano Battaglia (ECM)
최근 ECM에 등장하는 피아노 연주자들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레이블에서 음악을 완성시키는 경우라면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ECM 입성시부터 완성형 연주자였다. 다만 음악이 추상적 색채가 강해 쉽게 듣기 어려웠을 뿐이다. 하지만 토리노 공연을 담은 이 앨범은 달랐다. 알렉 와일더를 주제로 펼치는 트리오 연주는 전통적인 것이었으며 세 연주자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어울림이 매혹적이었다. 키스 자렛 트리오에 버금갈 정도로.
Lines Of Color – Ryan Truesdell (Blue Note/ArtistShare)
지난 2012년에 발매된 라이언 트루스델의 <Centennial: Newly Discovered Works of Gil Evans>의 감동을 나는 기억한다. 길 에반스의 음악을 현재에 되살린 음악이었다. 이 앨범은 그 길 에반스 프로젝트의 두 번째로 클럽 재즈 스탠더드에서 라이브로 녹음되었다. 2012년도 앨범 보다는 못하지만 역시 정교한 편곡과 자연스러운 연주가 황홀하다. 게다가 라이브라니! 라이언 트루스델은 분명 마리아 슈나이더만큼이나 인상적인 빅 밴드 작업을 이어갈 것임을 확신한다.
Kind Of New – Jason Miles & Ingrid Jensen (Whaling City Sound)
매년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 시대에 기반을 둔 문제작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2015년에는 키보드 연주자 제이슨 마일스와 트럼펫 연주자 잉그리드 젠센의 이 앨범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했던 경험을 음악으로 펼쳐내곤 했던 제이슨 마일스의 역량이 다시 발휘되었기 때문이지만 마일스 데이비스의 환영을 느끼게 하는 트럼펫 연주도 큰 몫을 했다. 시원하고 짜릿한 퓨전 시대의 기억을 들춘 앨범이었다.
10Years Solo Live – Brad Mehldau (Nonesuch)
브래드 멜다우가 뜬금 없이 지난 10년간의 솔로 연주를 모아서 앨범으로 발매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 동안 앨범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스 자렛의 이번 솔로 앨범과 정확히 반대의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앨범을 들어보니 브래드 멜다우가 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솔로 연주자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연주, 설득력 강한 연주는 결국 연주자의 상상력에 기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 Christian Mcbride (Mack Avenue)
지금까지 수 많은 빌리지 뱅가드 공연 앨범이 있었다. 그 가운데 명연 또한 많았다.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의 이 트리오 앨범도 그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앨범에 담긴 2014년 공연은 밀도 높은 호흡과 화려한 연주가 일품이었다. 공연의 백미는 질주하는 연주자들의 땀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앞만 보고 달리고 또 달리는 세 연주자의 호흡이 (냄새를 맡지 못할 정도로) 숨막혔다.
The Meridian Suite – Antonio Sanchez & Migration (Cam Jazz)
달콤하고 부드러운, 공간적 긴장으로 가득한 연주도 좋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질주에 질주를 거듭하고 서정적 회화가 아닌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 영화 같은 연주 또한 재즈의 참맛 중의 하나다. 아래 순위에서 언급한 루드레쉬 마한타파, 데이브 더글라스 같은 연주자의 앨범도 있었지만 그래도 2015년에는 안토니오 산체스의 이 앨범이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목적지를 따라 정교한 길을 가면서도 그는 질주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이 좋았다.
Expanded Places – Olivier Boge (Naïve)
몇 해전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The World Begins Today> 이후 두 번째 듣게 된 앨범이었지만 감히 올리비에 보제의 음악적 정수는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색소폰, 피아노, 기타, 보컬 등을 오가며 직접 자신의 음악적 상상을 드러내는데 그 상상의 이미지가 매우 정겹고 친근했다. 그러면서도 신선했다. 프랑스를 너머 더 넓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앨범 타이틀처럼 장소를 확장해야 할 연주자의 앨범이었다.
Past Present – John Scofield (impulse!)
나는 펑키한 존 스코필드를 좋아한다. 블루지한 존 스코필드도 좋아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어법으로 직선적인 연주를 펼치는 그를 제일 좋아한다. 기타 연주자로서의 그가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그랬다. 앨범에서 그는 오래 전 과거로 돌아간 듯한 연주로 그것이 아직은 현재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매번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었고 그래서 이번에 최고다를 외치곤 했지만 다시 한번 이번이 정말 최고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Bach – Plucked – Unplucked – Violaine Cochard, Edouard Ferlet (Alpha)
2012년 <Think Bach>로 참신한 바흐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었던 피아노 연주자 에두아르 페를레가 다시 한번 바흐를 주제로 자신의 음악을 펼쳤다. 동어반복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클래식 쳄발로 연주자 비올랜 코샤르와의 듀오 연주를 통해 이를 극복했는데 두 악기의 서로 다른 강약을 조절하고 클래식과 재즈 연주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연주는 생동감 있는 바흐를 느끼게 했다. 평행우주에 위치한 또 다른 바흐를.
The Bad Plus Joshua Redman – The Bad Plus Joshua Redman (Nonesuch)
사실 배드 플러스와 조슈아 레드맨의 만남에 나는 회의적이었다. 트리오와 연주자의 강한 개성이 충돌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슈아 레드맨은 배드 플러스에게 주도권을 양보했고 배드 플러스는 평소보다 차분한 연주로 서로에게 어울리려 노력했다. 결국 대화란 서로를 존중하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1+1=2가 아닌 1×1=1임을 보여준 연주였다.
Transcendence – Tania Giannouli Ensemble (Rattle)
뉴질랜드 래틀 레이블은 내게 있어 2015년의 발견이었다. 그 시작은 그리스의 피아노 연주자
타니아 지아노울리였다. 이 피아노 연주자는 잘 정돈된 앙상블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정서를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다. 또한 클래식과 재즈의 어법을 통시에 활용하여 기본적인 것과 하찮은 것, 거짓과 환상, 변화와 책임, 작용과 반작용, 밝음과 어둠, 아름다움, 공허, 신뢰와 두려움 등 삶에서 만나게 되는 양극단의 감정, 사건을 생각하고 나아가 앨범 타이틀처럼 그것에 대한 초월을 생각하게 했다.
Charlie – Gonzalo Rubalcaba (5Passion)
찰리 헤이든과 곤잘로 루발카바의 <Tokyo Adagio> 또한 올 해의 앨범에 선정될 만 했다. 하지만 이 앨범의 녹음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안았다. 그런 중 한 해의 끝자락에 발매된 이 앨범은 <Tokyo Adagio>의 부족한 2%를 채우게 했다. 또한 피아노 연주자가 생각하는 고인에 대한 존경을 담은 연주도 좋았지만 맷 브류어의 베이스 연주는 그 자체로 찰리 헤이든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Now This – Gary Peacock (ECM)
베이스 연주자 게리 피콕은 단순히 키스 자렛 트리오의 멤버로만 생각하면 안될 강한 아우라를 지녔다. 마크 코플랜드, 조이 배런과 함께 한 이 트리오 앨범이 그 증거였다. ECM에서의 40번째 앨범에서 베이스 연주자는 키스 자렛 트리오에서의 전통성과는 다른 차원의 자유로운 트리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키스 자렛 트리오가 소설이었다면 이 트리오는 색감이 부드러운 추상화 같았다. 명확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추상화.
Solo – Fred Hersch (Palmetto)
프레드 허쉬의 솔로 연주는 늘 일정 이상의 만족을 준다. 이 앨범도 그렇다. 특히나 이번 앨범에서는 스탠더드 곡을 중심으로 자작곡까지 연주했음에도 클래식적인 질감을 많이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앨범이 윈드햄 실내악 페스티벌 공연을 담고 있고 녹음된 공간이 교회여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과거 클래식의 피아노 콘서트의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이 프레드 허쉬의 피아니즘에 잘 어울렸다.
Nachtfahrten – Michael Wollny (ACT)
독일 출신 미하일 볼니의 트리오는 조금 더 주목을 받아야 한다. 아마도 그의 음악적 이미지가 다소 어두운 편이라 대중적 호응이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의 트리오가 다채롭게 표현한 밤의 이미지, 평온 뒤로 감춰진 불안, 몽유병적인 방랑, 장례식처럼 어둡고 불안한 이미지를 확인하면 누구라도 매혹될 것이다. .
Yesterday I Had the Blues: The Music of Billie Holiday – Jose James (Blue Note)
2015년에는 유난히 주목할만한 헌정 앨범이 많았다. 특히 빌리 할리데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 많았다. 그 가운데 호세 제임스의 이 앨범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빌리 할리데이를 다시 노래했다는 점이 좋았다. 비슷한 시기에 카산드라 윌슨도 좋았지만 그녀의 경우 스스로 노쇄한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것이 좀 슬펐다. 탄생을 기념한다면 그래도 슬픔보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앨범이 더 좋지 않은가?
Bird Calls – Rudresh Mahanthappa (ACT)
대중적인 매력은 덜하지만 음악적으로 보면 루드레쉬 마한타파는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라 할만하다. 또 그에 걸맞은 음악을 지금까지 선보여왔다. 그런 중 이 앨범은 찰리 파커를 화두로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화려하고 자유로운 연주가 70여년전의 파격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밝히는 것에서 조금은 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여전히 단번에 들어오는 음악은 아니지만 말이다. 과거 찰리 파커를 처음 들은 사람들이 느꼈을 당혹감이 이런 것이었을까?
Brazen Heart – Dave Douglas Quintet (Greenleaf)
여전히 번뜩임을 잃지 않았지만 최근 데이브 더글라스의 음악은 여러 갈래의 길을 정리하고 하나의 길로만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어떤 깊이를 얻게는 하겠지만 트럼펫 연주자의 폭 넓은 스펙트럼에 매혹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그래도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만의 사랑표현, 그리고 솔로와 반주를 섞어 놓아 입체성을 획득한 그룹 연주는 최근 그의 유사한 앨범들 가운데 최고였다고 하고 싶다.
The Thompson Fields – Maria Schneider Orchestra (ArtistShare)
마리아 슈나이더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장점이다. 광활한 대지를 그리는 듯하면서도 그것을 마치 콤보 연주를 펼치듯, 실내악을 연주하듯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그래서 그 여유로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몸이 부유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앨범도 그랬다. 여기에 오랜만의 새 앨범이라는 것이 인상을 더 강렬하게 했다. .
To Duke – Matthew Shipp Trio (Rouge Art)
나이가 들면서 프리 재즈 계열의 음악을 듣기 힘들다.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 매튜 쉽의 트리오 연주는 아주 편하고 재미있게 들었다. 음악이 쉬워서가 아니다. 듀크 엘링턴의 그림자가 주는 친숙함과 자유로운 연주 사이의 강렬한 대비가 감상의 중심을 쉽게 잡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정해진 길로 흐르는 멜로디 뒤로 거대한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것이 아찔했던 동시에 짜릿했다.
Personal Piano – Morten Qvenild (Hubro)
요즈음 주목 받고 있는 트리오 In The Country의 피아노 연주자 모튼 크베닐드의 솔로 앨범이다. 솔로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어쿠스틱 피아노 외에 다양한 일렉트로닉스를 활용하고 여기에 보컬까지 추가해 개인적인 소리의 풍경을 표현하는데 주목했다. 그 풍경은 낯섦과 고독이 어우러진 것이었다. .
Creation – Keith Jarrett (ECM)
키스 자렛은 분명 이 시대의 위대한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의 솔로 앨범들은 늘 새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 특히 여러 공연을 종합해 그 안에서 스튜디오 앨범과도 같은 새로운 앨범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이 색달랐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자신의 음악을 믿고 그냥 자유로운 솔로 연주를 했으면 좋겠다. 편집에 대한 생각 없이 말이다. .
Completement Stones – Antoine Herve (RV Productions 2015)
형이 롤링 스토즈와 친분이 있었고 그 덕에 어린 시절 잼 세션을 하기도 했던 앙트완 에르베 개인의 추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지만 롤링 스톤즈의 곡들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데 연주 또한 좋았다. 롤링 스톤즈의 모범적 해석이라 할만 하다. .
First Impressions – Tom Harrell (Highnote)
트럼펫 연주자 톰 하렐이 인상주의 클래식을 연주했다. 현악까지 가세해 클래식의 우아한 맛, 인상주의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다른 연주자들과 유사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다. 실내악적인 분위기 위로 흐르는 트럼펫 연주는 번뜩이는 재즈였다. 인상주의에 대한 연주자의 인상으로 가득한 연주. .
Made in Chicago – Jack DeJohnette (ECM)
드럼 연주자 잭 드조넷이 로스코 미첼, 헨리 스레드길 등 어린 시절의 친구이자 프리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들과 2013년 시카고 재즈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그들의 연주는 프리재즈 시절의 쨍쨍하고 쟁쟁한 연주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도 유효할 수 있는 충분히 창의적이고 새로운 연주. 다만 그럼에도 그 연주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라는 점이 아쉽긴 했다. .
Deeper Green – Christof May (Challenge)
수잔 아부헬 밴드의 멤버로 국내에 친숙할 수 있는 독일 출신의 베이스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하는 크리스토프 메이의 이번 앨범은 다양한 느낌을 동시에 품게 했다. 일렉트로닉스와 어쿠스틱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닐스 페터 몰배의 트럼펫이나 수잔 아부헬의 보컬이 어우러지는데 그것이 공상 과학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서사를 상상하게 했다. 그 낯선 느낌이 색달랐고 좋았다.
정말 대단하시다는… 짝짝짝~
글도 재밌어요. 접하지 못한 음악도 막 상상하게 됩니다.^^
그 앨범들 모두 리뷰를 올리지 못해서 은근 스트레스 받습니다. 지금도 올 해 나온 앨범 수십장의 리뷰를 올리지 못해 괜히 게으른 듯한 느낌에 괴롭네요.ㅎ
늘 열정이 가득하신 낯선청춘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muijjang님과 저를 포함해서… ^^
재즈 스페이스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런 포스팅 자체가 정말이지 너무 반갑고 소중할꺼라고 생각합니다.
리뷰에 대한 스트레스는 2016년 마지막으로 미뤄놓으시고, 현재를 즐기시는 건 어떨지?!…
그나저나.. 에두아르 페를레, 너무 좋습니다. >.<
예. 현실적으로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의욕만큼 업데이트를 할 수 없는 형편이네요. 받아들여야죠.ㅎ
에두아르드 페를레 좋죠.ㅎ
감사합니다!!!
눈이 번쩍 떠지는 글이네요. 보물창고 같아요. 특히, 주목하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나갔던 음반들을 다시 찾아 보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혹시 다른 해에도 이런 글을 쓰셨나요? 쓰셨다면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근 15년간 매년 형식은 달라도 베스트 앨범을 선정하긴 했습니다. 모두 잡지를 통해 발표되었구요. 이 글들은 따로 메뉴를 정해 올리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