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간암. 우리나이로 70세, 죽음엔 순서가 없는데다가 70세에 암까지 걸렸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은 매우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막 새로운 앨범 <Blackstar>를 발표한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틀 전인 1월 8일은 그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오랜 시간 고통의 나날을 겪었겠지만 이를 몰랐던 내게는 정상의 건강한 사람이 증발하듯 확 사라진 것처럼 다가온다. 술을 같이 마시던 친구가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더니 그대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급작스런 증발 같은 그의 떠남은 그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외계인(Space Oddity)처럼 등장해 화성(Mars) 출신(Starman)의 지기 스타더스트로 살았다. 또한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그의 한쪽 눈은 의안이다- <지구로 떨어진 남자 The Man Who Fell The Earth>의 주인공이자 세상을 팔아버린 자(The Man Who Sold The World)였다. 또한 매력적인 중저음을 지녔으면서도 성적으로 모호한 기질을 드러내곤 했다. 말하자면 시대의 규범, 모범적 이미지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셈이다. 그것도 글램 록 뒤로 어두움을 감추고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검은 별(Blackstar)”이 되어 지구를 떠났다.
나는 “Cat People”, “Let’s Dance”, “Tonight” 등을 통해 그를 알았다. 아예 시끄러운 하드 록이나 달달한 팝을 듣던 내게 그의 음악은 소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졌다. 흥겨워도 긴장을 느꼈다. 이 느낌은 그의 모든 음악을 듣는 내내 계속되었다. 가끔은 사운드와 그의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에 어색해 했고 중저음을 잘 살리는 대신 억지로 고음을 노래하는 듯한 느낌에 불편해 했다. 나는 지구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그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프랑스에 살 때였다. 왜 서울을 떠나 이 낯선 곳의 변두리 스튜디오의 침대에 누워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 외로움이 가득했던 이방인 시절 외계인 같은 그의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그의 음악은 낯선 공간을 친숙한 것으로 바꾸는 대신 경이로 가득한 우주로 바꾸어 버렸다.
프랑스 시절 즐겨 들었던 곡은 “Strangers When We Meet”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나는 제목을 “Strange When We Meet”으로 이해했다. “우리가 만나다니 신기하네”정도로 이해했다. 평소 그의 음악을 잘 듣지 않던 내가 그에게 끌렸던 당시를 잘 설명하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했다. 제목을 제대로 안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떠난 오늘 다시 듣고 나니 이제서야 “Strangers When We Meet”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는 외계인이었고 나는 지구인이었다. 그는 우주 여행 중이었고 나는 지구로 돌아가고픈 우주인이었다. 따라서 나는 그의 사망을 그가 다른 별로 여행지를 옮긴 것으로 이해하련다. 지구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가 되어 또 다른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
전 데이빗 보위에 대한 가쉽거리만 읽어서 그런지, 네이버 실검에 계속 올라 있더도..
솔직히 감흥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낯선청춘님의 글을 통해 그의 음악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이해하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의 반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일반 감상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어려운 음악을 하긴 했죠. 어려웠다기보다 스타일,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도 모든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았네요. 그런데 그 중에 반짝 통하는 느낌이 올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ㅎ
음~ 맞습니다. “스타일,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씀이 정확하네요.
“통하는 느낌”은 결코 음악 구성이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적 설명으론 불가능하지요.^^
아..그러고 보니, “반짝 통하는 느낌이 오는” 그 곡이 바로 올려주신 곡..이지요?
저는 다른 곡들도 좋아합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는 좋아하죠. 이 곡은 오래 전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