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자란 트럼펫 연주자 이브라힘 말루프는 2015년 여성을 주제로 한 앨범 두 장을 동시에 발매했다. 그런데 두 앨범이 음악적으로는 각기 다른 질감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그 가운데 에릭 레니니(건반), 프랑소아 델포르트(기타), 스테판 갈랑(드럼)과 쿼텟을 이루어 녹음한 이 앨범은 현재를 사는 여성들을 주제로 한 음악을 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현대 여성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과 삶을 잘 제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 한다. 매우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일렉트릭 사운드를 선택했다. 평소 펑키, 소울이 강조된 연주에서 강점을 보였던 에릭 레니니가 일렉트로닉 질감을 만들어 내고 프랑소아 델포르트의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가 역동적인 정서를, 그리고 스테판 갈랑이 복잡한 리듬 연주로 현대를 표현한다. 이브라힘 말루프는 여기에 감초러럼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아! 아랍 음악적인 느낌을 솔로에서 드러내기도 한다.
아무튼 쿼텟이 만들어 내는 현대적 사운드는 팝이나 록적인 느낌이 매우 강하다. 재즈라 인식하기 전에 파리의 클럽에서 춤을 위한 음악, 혹은 강렬한 몸놀림을 위한 음악으로 사용될만하다. 특히 일렉트로닉한 질감과 펑키한 리듬이 돋보이는 “Free Flight”이 그렇다. 한편 주제와의 관련성에 있어서도 설득력 있는 사운드임에는 분명하다. 마지막 곡으로 섹시함과 건강미의 대명사인 비욘세의 “Run The World (Girls)”를 연주한 것도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팝적이고 록적인 것도 좋고 주제도 좋은데 그것이 깊은 여운이랄까? 오래 듣게 만드는 힘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하다. 팝 음악처럼 소비되고 말 일시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의 기획이 갖는 모순, 함정이라 하겠는데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은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면 주제도 같이 빛났으리라는 아쉬움이 든다. 어쩌면 이것은 같이 발매된 다른 앨범, 아랍 역사를 빛낸 여성을 주제로 한 앨범 <Kalthoum>이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한 것과 대비 효과를 노리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