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k DeCaro – Caroline No

요즈음 가슴에 그리움을 안고 산다. 과거의 여인이니 떠나간 사랑 같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다. 그냥 막연한 그리움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나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비우고 일을 비우고 사람을 비웠을 때 만날 수 있는 나의 모습. 그렇다. 말랑말랑하며 예민하며 약간은 우울한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없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으로서의 나, 회사 간부로서의 나가 아우성을 치기에 그 “나”는 다음으로 만남을 미룬다. 늘.

음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앨범들을 듣고 또 들어도 들어야 할 앨범들이 많다. 특히 연말에 더 그렇다. 해가 바뀌기 전에 쌓인 앨범을 다 들어야 한다. 그해의 앨범을 되도록 많이 들어야 한다는 쓸데 없는 책임감에 사로잡힌 순간 음악 감상은 남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이 된다.

오늘도 이래저래 마음 쓰이는 일이 많아 괜히 불안에 사로잡히는 밤. 마음 먹고 지난 음악을 들어본다. 닉 데카로의 1969년도 앨범 <Happy Heart>에 수록된 “Caroline No”가 귀에 들어온다. 원래 비치보이스의 앨범 <Pet Sound>에 수록된 곡을 노래한 것인데 대중적인 이지리스닝 사운드를 추구했던 닉 데카로답게 원곡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그러면서 조금 더 대중적으로 살렸다.

단조로운 피아노 위로 흐르는 닉 데카로의 보컬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곡을 쳇 베이커가 노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 아마도 “My Funny Valentine”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이 곡을 들으며 밤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시간을 상상한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괜히 잠을 자지 않는 나를, 하릴없이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는 나를 만나는 시간.

“Could I ever find in you again

The things that made me love you so much then

Could we ever bring ’em back once they have gone

Oh, Caroline no”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 밤이다. 자야 할 밤이다.

 

5 COMMENTS

  1. 아오…목소리가…아주..! 낯선청춘님 상황에선 가사에 you 대신…me가 되겠군요^^

    곡의 전체적인 느낌은 그리움의 분위가 물씬 풍기는데, 보컬 목소리를 듣다보니… 따뜻한 느낌도 함께 듭니다. 만약 쳇 베이커가 노래했다면 그리움의 정수를 맛보게 해줬을 것 같지만, 이런 모순적인 독특한 느낌은 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나’를 찾는 다는 건 ‘다른 여러 나’에 영향을 준다는 거겠지요…그 영향이 어떤 것이고 어느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뤄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겠죠? 모든 것은 다 관련되어 있으니…지금에 그래도 만족하며 살아야죠. 적당한 보상을 만들면서 ㅎ

    •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 성숙해진다는 건…
      모든 혼란과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다시 넘을 수 있다기보다 경계를 넘었을때 미칠 영향을 잘 알고 균형을 맞출 의지력을 갖는 것 같아요..

      말처럼 쉽지 않을때도 있지만요.^^

    • 완전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요…
      그렇게 고군분투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기준도 찾고 균형을 찾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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