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Songs – Lisa Ono (Dream Music 2015)

lo리사 오노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그녀를 아는 감상자들은 당연히 보사노바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긴장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보사노바 리듬을 배경으로 달콤하고 편안한 노래를 불러왔다. 그 가운데 ‘I Wish You Love’같은 곡은 국내에서도 각별한 사랑을 지금까지 꾸준히 받고 있다. 따라서 리사 오노가 새 앨범을 발매했다는 소식에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보사노바를 기대했을 것이다. 보사노바의 파도를 타고 일상의 모든 근심으로부터 멀어진 평화롭고 한적한 공간으로의 여행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번 앨범은 의외로 다가올 것이다. 보사노바보다는 성인 취향의 팝에 가까운 음악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낯선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And I Love You So’부터 시작된다. 돈 맥린(Don McLean)의 노래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을 그녀는 기타 반주로 진행되었던 원곡과 달리 피아노를 배경으로 원곡만큼이나 달콤하게 노래했다. 그러나 보사노바 리듬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하면서 곡 중간에 보사노바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지만 그녀는 리듬을 최대한 절제해 곡을 담백하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Whatever Will Be Will Be’도 마찬가지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6년도 영화 <The Man Who Knew Too Much>에서 도리스 데이가 ‘Que Sera, Sera’란 제목으로 노래해 인기를 얻었던 이 곡에서도 리사 오노는 싱그러운 아침처럼 청량한 느낌으로 노래하면서 보사노바 리듬을 사용하지 않았다. 약간의 타악기 리듬이 아래에 흐르지만 그 또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평소 보사노바를 노래하던 그녀가 이렇게 팝 스타일로 노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앨범의 타이틀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렇다. 그녀는 보사노바 이전에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를 편안하게 노래하는 것에 주력하려 한 것이다. 사실 아무리 한 뮤지션의 음악 혹은 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다른 음악은 배제한 채 그 뮤지션의 음악이나 특정 장르의 음악만 듣고 살수는 없다. 나만 해도 재즈를 좋아하고 그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지만 팝, 클래식, 월드 뮤직 등 다른 장르 음악도 열심히 듣는다. 리사 오노도 그랬다. 이 앨범을 통해 알 수 있는 그녀의 음악 취향은 실로 다양하다. 빈센트 피오리오의 고전‘Blue Canary’, 미국을 대표하는 명 작곡가 버트 바카락의 곡으로 B.J 토마스의 노래로 유명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등의 올드 팝은 물론 이탈리아 칸소네의 고전‘Una Lacrima Sul Viso 얼굴에 흐르는 눈물’, 프랑스 샹송의 고전‘Plaisir d’Amour 사랑의 기쁨’ 등의 유럽 음악,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G.I Blues’, ‘Jailhouse Rock’ 등의 록앤롤, 그리고‘Summertime’, ‘You’ve Changed’,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Take Five’ 등의 스탠더드 재즈 곡 등 장르와 지역을 가로지른다. 이들 곡을 그녀는 평소 자신만을 위해 부담 없이 흥얼거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앨범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이것저것 고려해가며 보사노바로 옮기기 보다 자신이 평소에 느꼈던 부분을 살려 그에 걸맞은 편곡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앨범의 새로움이다. 이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는 물론 하와이, 프랑스, 이탈리아, 아프리카, 아랍 음악을 거쳐 스티비 원더, 카펜터스, 윌리 넬슨, 존 덴버 등의 팝, 컨트리 음악까지 보사노바의 옷을 입혀 노래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장르와 지역, 시대를 가로지르는 레퍼토리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다양한 곡들을 그녀 스스로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곡을 편곡하고 노래했다.‘내가 좋아하는 곡은 이러이러한 곡인데 이 곡들을 보사노바로 노래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들을 내가 어떻게 느끼고 즐기고 있는지 솔직하게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고나 할까? 보사노바의 비중이 확 줄어들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처럼 보사노바로 통일하는 대신 각 곡들에 맞는 편곡을 사용했음에도 앨범은 상이한 스타일이 어지러이 진열되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속삭이듯 노래하는 리사 오노의 목소리로 인해 가지런하게 정돈된 이미지로 다가온다. 오히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곡들은 각각 양념 역할을 하며 감상을 단조롭게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G.i Blues’의 흥겨움은 앞에‘Una Lacrima Sul Viso’의 낭만적 분위기로 인해 더욱 흥겹게 다가오는 한편 이어지는‘Summertime’의 나른한 맛을 새롭게 느끼게 해준다. 또 코러스의 화려한 화음으로 맨하튼 트랜스퍼의 도시적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Take Five’는 앞의‘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의 온화함을 발전시키며 등장해 ‘Jailhouse Rock’의 흥겨움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각 곡들은 이질감보다는 어울림으로 편안한 시공간을 연출한다.

한편 리사 오노는 보사노바를 의도적으로 피하지는 않았다. 보사노바의 매력은 신비한 리듬의 이완을 통해 극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슬픔, 우울 등의 어두운 정서에 환한 빛을 부여하는 것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보사노바의 세계는 평온함만이 있다. 리사 오노도 보사노바를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스탠더드 재즈 곡들을 보사노바로 노래했는데 이들 곡들은 모두 정서의 색이 원래 명확한 곡들이었다. 하지만 안정제 같은 보사노바 리듬을 만나면서 자장가적 성격이 강했던‘Summertime’은 조지 벤슨의 ‘This Masquerade’의 도시적 낭만에 비견될 만한 세련된 곡으로 바뀌었고 애인의 변심에 아픈 마음을 이야기하던 ‘You’ve Changed’는 마치 차갑던 그 사람이 변했다는 식의 달콤한 사랑 노래로 바뀌었으며 영원한 사랑에 대한 다짐을 이야기하는‘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는 사랑으로 평온한 일상의 곡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다른 곡들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이렇게 리사 오노가 각각 특별한 개성을 지닌 다양한 스타일의 곡,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인기 곡들을 리사 오노는 소박함에 초점을 맞추어 노래했다. 소소한 일상을 위한 노래하고 할까? 큰 이벤트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멍하니 흐르는 시간을 관조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하루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렀다. 이것은 그녀가 보사노바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심심한 듯한 휴식 같은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그녀의 매혹은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분명 한 뮤지션의 음악적인 색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개성, 표현력, 성향이다. 그러니까 리사 오노는 그 동안 보사노바를 노래했기에 인기를 얻었던 것이 아니라 보사노바를 매개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공간을 연출했기에 인기를 얻었으리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모든 보사노바 음악은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리사 오노는 이번 앨범에서 이를 입증한다. 보사노바가 없어도 부드러운 스모키 보이스에 곡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감상자를 만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보사노바 중심의 앨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낯설어 하던 당신도 이내 실망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어 리사 오노의 매력이 드러나고 있음에 만족하고 예의 기대했던 달콤한 쉼을 그녀의 노래에서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날, 사람 많은 도시에서건 한적한 해변에서건 이 앨범을 듣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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