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문답 4 – 솔로를 듣기 힘듭니다. 어떻게 들어야 하나요?

지난 시간에는 스탠더드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죠? 이야기를 마치고 어떤 곡들을 들어보셨나요? 이 시간은 재즈를 들으며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그냥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부디 이야기를 나눈 후 한 곡이라도 찾아 들어보셨기를 바랍니다.

문: 예. 저는 청춘님이 첫 시간에 이야기했던 ‘Autumn Leaves’가 생각나서 이 곡을 몇 가지 버전으로 들어봤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보컬 곡 말고 연주 곡으로도 들어보고 싶었어요.

답: 이 봄에요?

문: 뭐 어때요? 지난 시간에 청춘님이 재즈는 연주자의 개성, 독자적인 해석이 가능한 음악이라 슬픈 ‘Cheek To Cheek’도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봄날의 오후 같은 ‘Autumn Leaves’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답: 하긴 그렇네요. 혹시 들어보신 버전 중에 캐논볼 아들레이의 <Something Else> 앨범에 수록된 ‘Autumn Leaves’를 들어보셨나요? 재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Autumn Leaves’로 평가 받고 있는 버전인데.

문: 예. 들어봤습니다. 제가 들었던 ‘Autumn Leaves’ 가운데 가장 귀에 쏙 들어오던데요? 무척 낭만적이고…… 느리게 연주해서 그런지 멜로디도 쉽게 들어오더군요. 이 연주가 재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Autumn Leaves’라고 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와 닿았던 거네요.

답: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곡이 가을의 떨어지는 나뭇잎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실제 녹음은 봄에 이루어졌어요.

문: 그래요? 놀랍네요.

답: 그러니 봄 날의 오후 같은 ‘Autumn Leaves’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물론 캐논볼 아들레이의 버전에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말이죠. 자. 그럼 캐논볼 아들레이 말고 또 어떤 버전을 들어보셨어요?

문: 아마드 자말, 빌 에반스, 디지 길레스피, 윈튼 마샬리스, 스탄 겟츠, 폴 데스몬드와 쳇 베이커가 함께 한 버전이요.

답: 정말 다양하게 들으셨네요. 그래서 그 차이를 느끼셨나요?

문: 예. 같은 곡을 두고 연주자들마다 정말 색다르게 연주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제가 ‘Autumn Leaves’의 멜로디를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주요 멜로디를 듣기가 좀 어려웠어요. 아니 어디가 작곡된 멜로디고 어디가 솔로 연주인지 구분을 잘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카린 앨리슨의 보컬 버전을 들으며 멜로디를 익힌 후에 연주 곡들을 들었습니다.

답: 예. 매우 잘 하셨어요. 제가 말씀 드린 대로 하셨네요. 확실히 멜로디를 알고 나니까 곡이 좀 쉽게 들어오죠?

문: 예.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솔로가 시작되면 뭐가 뭔지 모르는 것은 여전합니다. 그냥 ‘Autumn Leaves’와 전혀 상관 없이 되는대로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빌 에반스와 윈튼 마샬리스의 연주가 특히 그랬습니다. 또 아마드 자말의 연주는 멜로디를 아예 바꿔가며 연주해서 어지럽더군요. 디지 길레스피는 빅 밴드 연주였는데 멜로디와 솔로를 섞어서 연주해서 색다르면서도 이 또한 쉽게 듣기 어려웠습니다.

답: 예. 그래도 말씀 하시는 것을 보니 음악을 잘 듣고 느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같은 곡을 여러 버전으로 듣다 보면 그 안에서도 연주방식이 유사한 곡들을 분류하실 수 있는데요. 그러면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 스타일이 뭔지 알기 전에 말이죠.

그런데 멜로디까지는 편하게 듣다가 솔로부터는 듣기가 어려웠다고 하셨는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즉흥 연주를 펼치는 방식은 크게 멜로디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멜로디로 발전시키는 것과 그 곡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솔로를 펼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코드 진행을 중심으로 솔로 연주를 펼치면 아무래도 멜로디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지죠.

문: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요. 코드 진행에 바탕을 두고 솔로를 펼치면 같은 코드 진행을 지닌 다른 곡에서도 똑 같은 솔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답: 그럴 수 있죠. 아예. 멜로디를 생략하고 솔로 연주를 먼저 펼치고 곡이 끝날 때 멜로디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죠. 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연주자들 가운데는 한 곡을 연주하면서 솔로를 펼칠 때 다른 곡의 멜로디를 슬쩍 넣어 연주하기도 합니다.

문: 그럼 멜로디가 무슨 필요가 있는 거죠? 멜로디와 상관 없는 솔로 연주를 한다면 엄밀하게는 그 곡을 연주했다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답: 그렇죠. 어쩌면 제가 설명을 잘 못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솔로 연주의 두 가지 모습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죠. 멜로디와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연주가 있는가 하면 멜로디를 잊지 않으면서도 코드 진행에 바탕을 둔 연주도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빌 에반스의 ‘Autumn Leaves’는 아마 <Portrait In Jazz>앨범에 수록된 버전인 것 같고 윈튼 마샬리스의 경우는 <Standard Time Vol. 1>에 수록된 버전일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 두 연주는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솔로를 펼친 쪽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멜로디를 아주 버리지는 않았죠. 중간 중간 지금 하는 솔로가 ‘Autumn Leaves’를 바탕으로 한 솔로다.라고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그것까지는 듣지 못하는 것일 뿐이죠. 예를 들어 윈튼 마샬리스의 연주의 경우 베이스 솔로가 시작될 때 희미하게 멜로디가 드러나죠. 이 시간 이후 다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인식하지 못하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래도 뭐 좌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캐논볼 아들레이의 버전을 무척 편하게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마일스 데이비스가 트럼펫으로 멜로디를 연주한 다음에 이어지는 캐논볼 아들레이의 솔로에서 멜로디를 듣기가 어려웠을 걸요? 아닌가요?

문: 예. 그렇긴 했습니다. 그래도 어렵다는 느낌은 덜 했어요. 분위기도 좋았고요.

답: 예. 그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제목에 어울리는 가을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곡 전체에 흐르고 있으니까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잘 넘어가게 된 거죠. 그리고 이것은 연주 속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연주를 느리게 하면 곡의 진행이나 솔로 연주를 받아들이기 편하죠. 그런데 빨리 연주하면 들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니까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는 거죠. 또 빠른 속도의 곡은 사실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잖아요?

문: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멜로디를 연주할 때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아도 따라갈 만 했는데 갑자기 막 여러 음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듯 연주하니까 그 때부터는 어지럽더라고요.

답: 예. 재즈를 듣게 되면 만나는 장벽 중에 하나가 빠른 솔로 연주죠. 그래도 익숙해지고 연주를 따라갈 정도가 되면 그 안에 담긴 묘미를 느끼게 될 겁니다. 달콤한 멜로디를 들을 때와는 다른 짜릿한 재미 말이죠.

문: 그럼 그 상태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작정 들어라 이렇게 말씀하시지 말고요.

답: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정답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도 제 나름대로 설명을 드리면 한 곡을 여러 번 듣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막 들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 첫 시간에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기도 했는데요. 먼저 멜로디 부분만 집중해서 들어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물론 멜로디에 집중해서 듣게 되겠죠? 재즈를 막 듣기 시작한 분들은 그 멜로디가 매력적인가에 따라 계속 들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여기까지는 아마도 하기 쉬울 것입니다. 제일 앞에 들리는 악기에 집중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두 번째 들을 때에는 피아노에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애초에 피아노가 리드하는 음악이라면 코드를 진행하는 왼손 연주에 집중하는 겁니다. 리듬을 넣어서 조금은 복잡하게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이 또한 몇 번 집중해서 들으면 대략 파악이 됩니다. 그러면 베이스를 중심으로 들어보고 파악이 되면 드럼을 중심으로 들어보는 겁니다. 모두 곡 전체를 다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주요 멜로디가 제시되는 부분만 들으면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멜로디뿐만 아니라 리듬과 코드 진행까지 솔로 연주의 모든 가능한 출발점을 다 확인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솔로를 듣기가 조금은 수월해질 것입니다.

문: 어떻게요? 멜로디 말고 리듬, 코드 진행 이런 것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솔로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답: 멜로디 외에 리듬 코드 진행까지 파악하라고 말씀 드린 것은 곡의 기본 구조를 파악하라는 뜻입니다. 멜로디는 뒤로 물러서고 어지러운 솔로가 앞에 나서게 되더라도 그 아래에 흐르는 리듬과 코드 진행은 그대로 이거든요. 피아노가 중간에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더라도 코드 진행은 계속 반복되는 것이고요. 일부러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드럼이 연주를 멈춰도 곡의 리듬은 계속 반복됩니다. 이 위에 솔로가 펼쳐지는 것이고요. 그 솔로가 멜로디와 상관성이 높건 아니면 코드 진행에서 나온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 그러니까 코드 진행과 리듬이 곡을 지탱하고 그것은 곡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도 솔로 연주자 주는 어지러움은 그대로일 것 같은데요? 제가 잘 못된 것인가요?

답: 아닙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 가요나 영미 팝 음악을 생각해 보죠. 보통은 1절과 후렴이 나오고 중간에 간주가 나오고 다시 후렴이 반복되어 끝나거나 2절이 시작되어 다시 후렴으로 가서 끝나는 식이잖아요? 이 때 간주를 들어보면 주요 멜로디를 살짝 바꾼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저절로 1절 가사로 노래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 시작할 때를 틀리는 분들도 있죠.

‘Autumn Leaves’도 기본은 프랑스의 대중 음악이었으니까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재즈는 후렴 부분만 가져온 것이 다를 뿐이죠. 아무튼 말씀 드린 것처럼 재즈를 들을 때도 솔로가 진행되면 멜로디를 같이 흥얼거려 보시기 바랍니다. 빌 에반스의 연주에서라면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한 다음에 바로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 솔로가 시작되잖아요? 그 때 처음의 리듬에 맞춰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솔로와 멜로디의 어울림을 파악하는 것이죠.

 

문: 그렇군요. 무슨 말씀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러면 솔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네요.

답: 물론 처음에는 멜로디와 솔로가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여전히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들어보면 솔로 연주가 실제는 멜로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드럼 솔로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곡 전체가 멜로디 중심으로 들었을 때와 달리 입체적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하나의 멜로디를 연주자마다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고 솔로 또한 각기 다르게 한다는 것에 놀라움도 느끼게 될 것이고요.

아무래도 오늘은 시간상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은데 집에 가셔서 제가 말씀 드린 대로 ‘Autumn Leaves’를 다시 들어보시죠.

문: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3 COMMENTS

  1. 말씀하신 방법은..스탠더드의 솔로도 그렇지만 요즈음 재즈 자작곡을 감상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빌에반스 트리오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여전히 설레이네요.^^

    • 그렇죠. 어떤 구조, 틀을 알아야 감상이 쉽죠. 마치 어릴적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전부를 외우는 순간 그 음악이 더 이상 신비롭지 않고 단순하게 느껴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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