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는 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스의 피아노 연주자 타니아 지안노울리가 그렇다. 이 피아노 연주자는 즉흥 연주를 즐기면서도 작곡에도 상상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작곡이라고 해서 고운 멜로디를 쉽게 만들어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마음 혹은 머리 속에 있는 음악을 차근차근 악보로 옮길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솔로 연주를 넘어선 앙상블을 통한 구현으로 이어진다.
한편 그녀의 피아노 외에 구이도 드 플라비스의 색소폰, 알렉산드로스 보티니스의 첼로, 솔리스 바르키의 타악기와 이디오폰(두드림을 통한 떨림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 그리고 지아니스 노타라스의 드럼으로 이루어진 5인조 앙상블로 표현한 음악을 들어보면 그녀가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리스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여기에는 그리스인이 아닌 나의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앨범 곳곳에서 신화와 철학의 나라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느껴진다.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그녀는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이 어려운 시기의 경험에 바탕을 둔 시간, 인생, 창조를 주제로 한다고 했다. 그 경험은 기본적인 것과 하찮은 것, 거짓과 환상, 변화와 책임, 작용과 반작용, 밝음과 어둠, 아름다움, 공허, 신뢰와 두려움 등에 관한 것이라 했다. 글쎄,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괜한 수사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앨범 타이틀이 <초월>임을 생각하면 그녀가 이 모든 양극적 경험을 했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클래식적인 분위기와 재즈의 즉흥적인 요소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앨범은 매우 서사적이다. 시간을 따라 흘러가기에 절로 발생하는 이야기, 멜로디의 전재로 인해 발생하는 이야기보다는 더 큰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리스적인 색채로 표현되었다. 예를 들어 “The Sea”에서는 정갈한 색소폰 연주를 중심으로 한 연주의 흐름에서 그리스의 지중해를, “Sun Dance”에서는 토속적이고 열정적인 춤사위를 그리게 된다. 한편 “Obsession”의 전개는 중세적인 상상을 자극하며 “Untold”에서는 어두움과 빛이 교차하여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시간-어쩌면 탈시간적인 공간일 수도 있다-을 그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을 가지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아니 이 앨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리스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럴 능력은 없다. 보아하니 타이나 지안노울리가 재즈, 즉흥연주만큼 시각 예술에도 관심이 있는 듯한데 그녀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싶다.
obsession..크아…좋은데요!
아하! 이 그리스 연주자에 계속 주목하려고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