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볼니와 그 트리오는 창의적인 연주로 현재 모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로서는 스탠더드 곡과 다름 없다는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했던 앨범 <Weltentraum 꿈 속의 세상>(2014)는 그의 음악적 매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미하일 볼니의 음악이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어둠이라 생각한다. 한밤 중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어두운 거실로 나왔을 때 익숙한 풍경을 뚫고 나오는 불안의 이미지 말이다. 이것은 긴장을 즐기고 내적인 서정을 파고드는 요즈음의 유럽 피아노 연주자들 사이에서 그를 다르게 보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그의 음악적 매력은 지난 앨범 <Weltentraum>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앨범에서 보다 확장된 형태로 반복된다. ‘한밤의 여행’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와 두 동료들은 밤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그런데 그 밤은 평온 뒤로 감춰진 불안, 몽유병적인 방랑, 장례식처럼 어둡고 불안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함이었는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 <트윈 픽스>의 “Questions In A World of Blue”,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의 “Marion”을 연주한 것이 귀에 들어온다. 이렇게 트리오의 자작곡이 아닌 다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한 것은 제작자 지기 로흐의 방식을 수용한 결과라 생각된다. 자신의 음악을 타인의 곡의 독창적 해석을 통해 알리기. 아무튼 원곡은 서정적이고 평화롭지만 피아노 연주자는 이들 곡에 불안을 가미해 연주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포스럽고 어두운 밤을 일관된 방식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앨범 후면에 트리오임을 명확히 하고 있듯이 피아노 연주자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안 베버(베이스), 에릭 쉐퍼(드럼)는 모두 강렬한 아우라를 지닌 연주자들이다. (애초에 이 트리오의 이름이 Trio(EM)이었음을 상기하자.) 그래서 세 연주자의 어울림에 따라 수록 곡들은 같은 밤이라도 매우 다르게 반영한다. “Nachtmahr 악몽”, “Feu Follet 도깨비불”에서 피아노에 반응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순간적 연주가 대표적이다. 음표뿐만 아니라 소리의 어울림으로 벗어나기 힘든 꿈의 공포, 여기저기 춤추듯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불의 이미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짧은 연주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느끼게 한다.
밤의 미하일 볼니의 스승 크리스 바이에의 곡을 연주한 “White Moon”이나 클래식적 맛이 묻어나는 “Au Claire De La Lune월광”처럼 밤을 모든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매혹적인 공간으로 표현한 곡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곡에서도 긴장은 지속된다.
불안과 음산이 서정 위에 편재하고 있기에 대중적인 맛이 덜하다는 예상을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밤을 주제로 한 연주가 완벽하게 어두운 분위기는 오히려 매혹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감히 지난 앨범 이상의 호응을 얻어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