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단 아비샤이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동안 그는 듀오나 쿼텟 앨범만 발표했다. 트리오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윤선과 활동하기도 했던 베이스 연주자 요니 젤닉 드럼 연주자 도날드 콩토마누와 함께 한 이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매우 독특한 시공간을 제시한다. 이것은 앨범 타이틀로도 알 수 있다. “Modern”이란 말은 한 때 가장 첨단의 “현대”를 의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직전 시간인 “근대”의 의미가 강하다. 현재는 그냥 “Now”일 뿐이다. (과거의 현재 개념이 지금보다는 그 시간적 폭이 넓었고 지금은 그에 비해 순간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 모던 재즈는 비밥 시대의 명인들이 들려준 재즈를 의미하지 현재의 재즈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게 “Modern”이라는 단어가 두 가지 어긋나는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요나단 아비샤이의 음악 또한 근대와 현대를 아우른다. 예로 “Water”, “I Got It Bad(And That Ain’t Good) 등 앨범의 초반부를 들으면 복고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비밥 이전의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듯 뒤뚱거리는 요나단 아비샤이의 피아노가 무성영화적 상상을 자극한다. 앨범 타이틀 때문인지 몰라도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에 사용될 법한 분위기다. 영화를 보면서 피아노 연주자가 그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하곤 했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무조건 복고적이지만은 않다. 피아노 연주자는 자신의 솔로는 물론 베이스와의 듀오, 트리오 전체 연주 등을 통해 현대적 긴장을 곡에 불어 넣는다. 특히 “The Letter”같은 곡에서는 현대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 결과 앨범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것을 너머 생경한 시공간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영화 <화씨 451>에서 보여준 복고적 미래같다고 할까? 첨단의 미래 도시인데 여전히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등 제작 당시의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 독특한 시공간성을 지닌 음악의 매력은 어긋나는 요소들의 결합에 있어 단지 실험이나 시도에 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독특함을 너머 연주나 작곡 모두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결과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단순함과 여백을 살리고 그 와중에 가벼이 흔들리는 피아노는 그것이 즉흥적인 것이건 준비된 것이건 매우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고 요니 젤닉의 베이스 연주는 전체 사운드의 현실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도날드 콩토마누의 드럼은 사운드에 양감은 물론 시간성을 부여하는데 그 어울림들이 매우 여유롭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편하다. 복고적 취향의 애호가나 새로운 것에 집중하는 애호가 모두에게 만족을 줄만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