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현재 ECM의 피아노 연주자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정유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그가 ECM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 완성형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던 데다가 실제 음악에 있어서도 단지 ECM 특유의 투명하다, 조용하다는 식의 설명을 넘어서는 자유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보보 스텐슨, 키스 자렛, 리치 바이라흐, 스티브 쿤 등 70년대 등장했던,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든 연주자들에 견줄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ECM에서 그의 음악은 짙은 진보적 색채와 상상력으로 매우 추상적인 느낌이 강했다. 감상자를 매혹시키는 달콤한 서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단지 멜로디로 풀어나가지 않고 선택한 음들이 뿜어 내는 깊은 분위기를 통해 풀어내곤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의 음악은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또한 트리오 연주를 하면서도 피아노의 존재감이 워낙 강해 정삼각형 트리오의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앨범은 다르다. 그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연주를 이어가면서도 다른 어느 때보다 전통적인 트리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연주 자체로도 감상자를 매혹시킨다. 어쩌면 앨범이 2014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비토리아 극장에서의 공연 실황을 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튜디오가 아닌 공연이라는 상황에 주는 역동성이 연주에 반영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 전에 이 공연, 이 앨범의 주제가 여러 인상적인 곡을 남긴 알렉 와일더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즉, 스탠더드 곡에 접근하는 자세가 전통적인 성향의 연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트리오의 연주가 전통의 틀에 매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지 그 안에 담긴 연주는 매우 자유롭다.
아무튼 트리오는 앨범에서 “Moon and Sand”, “Where Do You Go”등 작곡가의 곡 7곡을 연주한다. 그 연주는 테마를 존중하면서 그것에 여백과 긴장으로 무게감을 부여하고 서정성으로 깊이감을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River Run”이나 “Lake Isle of Innisfree”처럼 아예 새로이 시작하는 듯한 순도 높은 즉흥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순간 나는 키스 자렛 트리오가 생각났다. 유사해서가 아니다. 스테파노 바타글리아 트리오의 연주는 충분히 독자적이다. 트리오 연주의 완성도, 그것이 주는 음악적 쾌감이 스탠더드 트리오에 버금갈 정도로 높기 때문이었다. “Moon and Sand”는 키스 자렛 트리오도 연주했던 만큼 이 곡을 중심으로 비교해보기 바란다. 여러 모로 다르지만 아우라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이 올 해 ECM의 대표작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테파노 바타글리아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임은 물론이고…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로…내한하네요!
주말이라 직장인에게는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떤 곡을 연주할지 지금부터 기대되네요.
예. 이미 내한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집중하게 만드는 연주가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한번 가보세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까 더 좋습니다.ㅎ
앗..이미 내한했었군요.
유투브나 CD가 아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가슴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예매해놓았습니다. 칭구 한명 꼬셔서.^^
좋은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친구분도 좋아하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