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빠진다. 혼자여서가 아니다. 이성이 그리워서만도 아니다.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듯 바삐 살아온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 이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사람들은 막연한 기대보다 추억을 통해 해결하곤 한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헤어졌지만 그 사람이 그래도 날 잘 이해했었어 하며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시간은 비가역적이니 말이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추억에 빠진 날에는 지난 시간의 노래가 좋다. 채도와 명도가 바랜 노래들이 법칙을 배반하고 시간을 되돌린다.
1974년 장현이 “미련”을 노래할 때 나는 세상에 있었다. 하지만 오래 기억될 기억을 쌓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괜히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시골 길을 걸으며 미지근한 햇살이 주는 아련함에 취했던 기억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노래는 그 전의 시간을 추억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 곡에서 내가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이 시절의 낭만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자가 나란히 서 더 외로운 11월 이 곡을 들으며 가슴이 뻥 뚫린듯한 상실감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