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 집중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결국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물론 그와 함께 잘못하면 진부함에 빠지게 된다. 자신을 믿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 연주자들의 상당수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곤 한다.
트럼펫 연주자 엔리코 라바도 마찬가지다. ECM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그룹을 쇄신해가며 자신의 음악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왔다. 그 사이 스테파노 볼라니, 지안루카 페트렐라 등의 연주자가 국제적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새로이 결성한 워킹 밴드에 지안루카 페트렐라를 초청한 편성으로 녹음했다.
그런데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완성도는 최상이다. 연주자들의 호흡이나 사운드 모두 좋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새로이 그룹을 결성해 만든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이전 앨범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마치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스타일 자체를 바꾸기를 기대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아쉬움은 앨범 타이틀이 “야생의 춤”이고 오넷 콜맨을 의식한 듯한 ‘Cornette’, 집단 연주의 매력을 드러낸 ‘Improvisation’ 같은 곡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포스트 밥의 치열함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데 있다. 뜨겁게 연주하려 햇지만 결국엔 이전의 멜랑콜리한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그래서 결국 기존 감상자들은 어두운 공간에 울려퍼지는 트럼펫의 우수를 느낄 수 있는 ‘Diva’에 더 매혹당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엔리코 라바보다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제작에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다. 그는 알려진대로 부드럽고 실내악적인 연주를 선호한다. 이런 그의 취향이 다른 어느 때보다 연주자를 넘어 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닌지. 그래서 각 악기들의 치열한 연주가 잔향 가득한 공간에 갖혀 순화된 것은 아닌지 싶다.
그런 중에도 프란체스코 디오다티의 기타에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빌 프리셀 계열의 연주를 펼친다 할 수 있는데 그의 참여는 엔리코 라바가 과거 존 애버크롬비 등과 함께 긴장감 가득한 연주를 펼쳤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후 엔리코 라바 쿼텟의 더 나은 결과물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