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자들은 리듬 연주를 넘어 멜로디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제작하면 화려한 드럼 솔로보다는 작곡 솜씨 그리고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이상적 음악을 함께 한 연주자들을 통해 구현하는 리더 혹은 제작자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곤 한다. 아트 블래키, 로이 헤인즈 같은 드럼 연주자들이 대표적이다.
요즈음은 테리 리 캐링턴이 그런 면모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펑키한 감각을 바탕으로 퓨전, 스무드 재즈 성향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그녀는 앨범마다 자신의 작, 편곡 솜씨 그리고 적절한 연주자들을 기용하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선보여 왔다. 그 가운데 2011년에 선보였던 앨범 <The Mosaic Project>에서는 여성 연주자들과 보컬들을 기용해 재즈에서의 여성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앨범은 54회 그래미 상에서 ‘최우수 보컬 앨범’부분을 수상했다.
그녀는 이번 앨범은 바로 2011년 프로젝트의 앨범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에이미 벨라미, 잉그리드 젠슨, 티아 풀러, 린다 오 등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여성 연주자들로 밴드를 구성했다. 그리고 나탈리 콜을 필두로 샤카 칸, 올레타 아담스, 낸시 윌슨, 레디시, 랄라 하더웨이, 리즈 라이트 등 신구 여성 보컬들 11명을 불러 한 곡씩 노래하게 했다. 말 그대로 여러 단편들을 모아 놓은 모자이크 앨범인 것이다.
분명 여성 연주자, 여성 보컬들과 함께 한 앨범이라는 점까지는 2011년의 반복이다. 그런데 테리 린 캐링턴은 여기에 ‘Love & Soul’이라는 이번 앨범에 고유한 주제를 부여했다. 이를 주제로 직접 쓴 곡들을 중심으로 ‘Come Sunday’, 등의 스탠더드 곡과 빌 위더스의 ‘You Just Can’t Smile Away’ 등의 곡으로 앨범을 구성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앨범은 일관적인 흐름 속에 다양한 보컬의 등장으로 모음집에 버금가는 화려한 면모를 자랑한다. 제작의 측면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무새가 좋다. 하지만 음악이 너무 R&B, 소울 쪽에 치우쳤다. 참여한 보컬들이 재즈보다는 다른 흑인 음악에 정통한 인물들이 많은 것이 이를 말한다. 게다가 나탈리 콜이나 낸시 윌슨처럼 그나마 재즈에 정통한 보컬들마저 재즈보다는‘R&B적인 방식으로 노래한다. 간간히 색소폰 등의 솔로가 재즈의 맛을 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샤카 칸이 보컬을 담당한 ‘I’m A Fool To Want You’같은 곡은 색다른 편곡과 상관 없이 스타일이 노래의 정서와 그리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그녀는 이번 앨범을 재즈와 소울의 결합으로 소개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허비 행콕부터 최근 로이 하그로브, 로버트 글래스퍼 등이 하고 있는 작업과 유사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재즈와 소울의 결합이 아닌 그냥 소울, R&B 앨범 같다. 물론 이 또한 선례가 있기는 하다. 당장 생각해도 몇 해전 그래미상에서 재즈가 아닌 최우수 R&B 앨범 부문을 수상했던 로버트 클래스퍼의 앨범 <Black Radio>가 있었다. 그만큼 현대 재즈가 처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번 앨범은 재즈로 생각하면 다소 당혹스럽고 편하게 R&B, 소울 앨범으로 보면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