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ia Giannouli Ensemble – The Sea

바다는 이맘때 가야 좋다.

10월이면 바다는 여름 내내 사람들로 인해 어지러웠던 머리를 정리하고 본연의 고요함을 되찾는다. 사람들은 지금의 해변을 철 지난 것이라 말하고 그 풍경에서 쓸쓸함을 느끼곤 하지만 사실 바다는 그랬다. 깊은 곳에서 큰 파도가 만들어져도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그냥 내성적인 모습으로 조용히 그곳에 있을 뿐.

내가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바다의 성격과 내 성격이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외향적이 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혼잣말을 하며, 마음 속 여러 욕구들을 게으름을 핑계로 억누르며 그 자리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그리스의 피아노 연주자 타니아 지안노울리가 이끄는 앙상블이 연주한 “The Sea”는 바다의 본연을 느끼게 해준다. 내적으로는 부단히 움직이고 변화를 거듭하지만 밖으로는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는 바다의 모습이 피아노-색소폰-첼로-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의 연주에서 그대로 그려진다. 구름이 적당히 낀 하늘,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파도가 육지를 때리고, 그 파도에 육지가 수천 년을 기한으로 조금씩 사라지는, 하지만 멀리서 보면 지극히 평온한 풍경이 연주에 담겨 있다.

지난 9월 제주의 푸른 바다를 보았다. 그럼에도 10월의 바다를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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