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존 피자렐리도 스타일리스트라 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부드러운 노래와 스윙감으로 충만한 기타 연주로 일찍이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왔다. 새로움에 대한 부분은 레퍼토리의 선택으로 해결해왔다. 그래서 초기에는 그냥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하다가 최근에는 앨범마다 작곡가나 특별한 주제를 정해 노래하고 연주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폴 매카트니의 곡을 주제로 앨범을 노래했다. 사실 폴 매카트니를 선택했다고 했을 때 나는 그리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냥 비틀즈 시절의 인기곡들을 노래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제는 다소 진부하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비틀즈의 주요 곡들은 스탠더드 재즈 곡 레퍼토리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비틀즈 이후 결성했던 그룹 윙즈의 “Silly Love Songs”, “My Love”, “Junk” 등의 대표곡과 아내 린다 매카트니와 함께 했던 “Heart of the Country” 등의 곡 그리고 “No More Lonely Nights” , “My Valentine” 같은 솔로 시절의 히트 곡들이 노래된 것이다. 비틀즈 시절의 곡은 전혀 노래하지 않았다.
존 피자렐리가 이번 앨범에서 비틀즈 시절의 곡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미 1998년 <Meets The Beatles>를 녹음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나는 폴 매카트니의 비틀즈 이후의 곡을 노래한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1998년이었다면 비틀즈의 곡들을 노래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이후의 곡들을 노래하는 것이 보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폴 매카트니의 곡들을 노래하는 방식은 이전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스윙감으로 가득한 기타가 중심이 된 가벼운 사운드 위에 존 피자렐리의 달콤한 노래가 부드럽게 흐른다. 연애에 대한 낭만적 상상을 자극한다. 그 가운데 역시 “Silly Love Songs”, “no More Lonely Nights”같은 곡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자기 식으로 해석했다고 해서 폴 매카트니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실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 또한 달콤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폴 매카트니 또한 최근에 부드럽게 재즈를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존 피자렐리로 자연스레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이 아주 성공적인 결과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폴 매카트니의 것이면서 동시에 존 피자렐리의 것인 음악. 두 사람의 매력이 합쳐진 앨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