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티그란 하마시안은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자신의 음악에 공공연히 고향의 분위기를 담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는 덜 알려진 아르메니아였기에 매우 이색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그가 에스닉 재즈를 추구했다는 것은 아니다. 아르메니아에 머무르지 않는 재즈를 추구하면서 그 안에 고향의 정서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ECM에서의 첫 앨범은 정 반대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예레반 주 실내 합창단과 함께 5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아르메니아의 성가-전통적인 샤라칸 성가를 포함한-를 연주한 것이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아르메니아의 전통과 고유 정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전통 성가를 바탕으로 화려한 즉흥 연주를 하는 등의 시도도 없다. 그의 차분한 피아노 연주에 실내 합창단의 성스러운 노래가 앨범 내내 반복된다. 그래서 앨범을 듣는 내내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듯이 말이다.
그런데 티그란 하마시안의 이전 이력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앨범은 클래식의 입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피아노 연주자가 재즈적인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자는 아르메니아의 성가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 힐리어드 앙상블과 얀 가바렉의 만남보다 더 클래식적인 앨범이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나는 이 앨범이 ECM 뉴 시리즈로 발매되었어야 했다고 본다. 맨프레드 아이허는 클래식 종교 음악보다는 월드 뮤직적인 관점에서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을 바라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