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Pizzarelli – No More Lonely Nights

바람이 제법 차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약한 나뭇잎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화려한 발화도 하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질 것이다.

바람은 세상을 거칠게 만들면서도 실내를 아늑하게 만든다. 바람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내가 있는 이 곳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게 해준다.

바람이 거친 날에는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음악을 듣곤 한다. 예를 들면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찰리 헤이든 쿼텟 웨스트나 줄리 런던의 연주와 노래 말이다. 하지만 실내의 아늑함을 느끼기에는 소편성의 달콤한 노래가 좋다.

최근 발매된 존 피자렐리의 앨범 <Midnight McCartney>가 그렇다.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앨범에서 이 낭만파 기타 연주자겸 보컬은 폴 매카트니의 곡들을 노래한다. 아주 달콤하게. 게다가 폴 매카트니를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비틀즈 시절의 곡에 치우치곤 했던 다른 이들의 시도와 달리 비틀즈 이후 그룹 윙스나 솔로 시절의 곡들을 적극 노래하고 있어 더 좋다.

그 가운데 “No More Lonely Nights”가 마음에 든다. 원곡의 정서를 더욱 밀고 나가 달콤하디 달콤한 버전으로 바꾼 노래다. 실제로는 외롭지 않은데 일부러 외로운 척 쓸쓸한 표정으로 여인을 유혹하는 아르마니를 입은 미중년을 생각하게 만든다. 더 이상 외로운 밤은 싫다고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 앞에서 과연 어느 여자가 내가 외롭지 않게 해줄게요.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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