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Baldych & Helge Lien Trio – Dreamer

주중에는 회사와 집을 오가는 삶을 산다. 그리고 그것을 지겨워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 길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 가운데 한강진 근처의 길 블루 스퀘어에서 제일 기획으로 이어지는 길이 요즈음 눈에 들어온다. 이 길에서는 건물보다 하늘이 눈에 잘 들어온다. 오늘도 그랬다.

ACT 레이블의 주인 지기 로흐와 약속된 스트라디움에 가기 위해 한강진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하늘이 무척이나 고왔다. 사무실에서 보던 하늘이기는 했지만 그 아래 풍경 때문인지 색다르게 보였다. 그 하늘을 보는 순간 괜히 오늘 밤은 아주 기분 좋게 흘러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그 때 내 귀에는 ACT에서 발매된 바이올린 연주자 아담 발디치와 헬게 리엔 트리오의 앨범 <Bridges>에 수록된 “Dreamer”가 흐르고 있었다. 지기 로흐와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선택한 음악이었다.

사실 나는 이 앨범에 대해 그리 큰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미지근하다고 할까? 하지만 한강진역 길을 걸으면서 쿼텟의 연주를 듣자 아 이런 풍경을 위해서 앨범이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맑지만 해 질 무렵처럼 그 햇살이 강하지 않은, 여전히 밝지만 우수가 스며드는 저녁 같은 연주, 한 낮의 바쁜 일을 마친 후 찾아 온 나만의 시간을 위한 연주. 긍정과 희망의 기운이 미소처럼 은은하게 드러나는 연주.

하늘 때문에, 지기 로흐와 재즈 쪽 지인들과의 만남 때문에 오늘 하루는 특별했다. 가끔은 정해진 길을 지하철 역 몇 정거장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멀리 차를 몰지 않아도 기분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곳은 많다. 물론 내일부터 나는 다시 집과 회사만 오갈 것이고 그 길에 만족할 것이다. 그래야 또 작은 풍경, 공간에서도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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