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출신의 로빈 윌리엄슨은 10여년간 ECM을 통해 선보인 석 장의 앨범에서 딜런 토마스, 윌리엄 블래이크, 월트 휘트만 등의 시를 바탕으로 포크에 유럽의 감성이 담긴 음악과 노래를 선보였다. 그 음악들은 모두 음유 시인다운 것이었다.
이번 앨범도 음악적으로는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셀로빈 윌리엄스가 틱 하프, 기타, 노르웨이식 바이올린(Hardanger Fiddle) 등을 연주하며 노래하고 여기에 맷 마네리의 비올라, 체스 스미스의 비브라폰과 타악기가 가세해 시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들보다 음악적인 맛이 더 좋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아시아에 살고 있는 감상자의 입장에서이다. 사실 지난 앨범들은 시에 음악을 맞추면서 음악적인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들렸다. 그래서 시는 물론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감상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소지가 있었다.
이에 비해 이번 앨범은 음악의 비중 나아가 멜로디, 노래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글쎄. 이번 앨범이 지난 앨범들과 달리 유명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사만큼이나 음악적인 면이 더 고려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독백하는 듯한 음유 시인의 노래에서도 가사를 몰라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곡이 생겼다. ‘Roads’가 특히 그렇다. 포크에 블루스적 색채가 어우러진 듯한 이 곡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노래는 그 자체로 극적이다. 시가 아니라 소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 소설은 아마 삶의 회한으로 가득한 것이리라.
한편 이러한 음악적인 부분의 변화는 체스 스미스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다. 그의 비브라폰과 드럼, 타악기로 인해 사운드에 양감이 생겼고 시간성이 부여되어 서사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로 ‘Night Comes Quick in L.A’같은 곡도 그의 자유로운 드럼 솔로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매우 건조한 곡이 되었을 것이다. ‘These Hands’도 마찬가지. 리듬 연주가 없었다면 곡의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앨범이 ECM에서 만든 로빈 윌리엄스의 앨범 가운데 최고라 추천한다. 포크를 좋아하는 감상자라면 꼭 들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