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발매된 앨범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카마시 워싱턴은 1981년 생으로 현재 우리나이로 35세의 색소폰 연주자이다. 그는 케니 버렐, 빌리 히긴즈, 제랄드 윌슨 등과 활동하기도 했지만 켄드릭 라마, 스눕독, 나스 등의 R&B, 힙합 쪽 인물들과도 함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션 연주자/사이드 맨 이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그의 통산 4번째 앨범. 하지만 이전 앨범들은 모두 독립 제작으로 발매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나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마치 첫 앨범처럼 다가온다. 아마 해외에서도 그런 평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상천외한 앨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몇 해 전 한국에서 김오키가 발견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그만큼 이번 앨범이 음악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앨범에는 30대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연주자가 시도한 것이라 보기어려운 음악이 담겨 있다. 비밥, 포스트 밥, 백 밴드, 퓨전, 펑키 재즈 등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백화점식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앨범 타이틀이 말하듯 앨범은 우주적 상상력이 가미된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첫 번째 CD의 첫 번째 곡 하나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강력한 피아노 인트로 후 브라스 섹션이 대형 코러스와 스트링 오케스라를 대동하고 웅장한 진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피아노를 시작으로 트럼펫, 색소폰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솔로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절로 거대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연주? 실제 그 규모와 성격을 나 또한 모르지만 색소폰 연주자는 1999년 존 콜트레인 뮤직 컴페티션에서 우승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에 걸맞게 그의 솔로는 존 콜트레인의 후기의 열정적인 연주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3장의 앨범 내내 지속된다. 그 결과 앨범은 <스타워즈>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는 존 콜트레인 혹은 조 헨더슨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니면 7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주하는 선라 오케스트라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우주적이며 미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많은 감상자들은 21세기형 재즈라 부르며 손가락을 높이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가 어우러지고 거대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이런 앨범은 경력이 오래된 노장보다는 이것 저것 재지 않는 젊고 패기 있는 연주자에게서 더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당황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사운드에 압도당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들어보면 색소폰 연주자가 조금은 과한 욕심을 부렸다는 느낌 또한 받게 된다. 특히 빅 밴드, 스트링 오케스트라, 코러스까지 가세한 거대한 사운드는 강렬함을 추구하는데 집중했는지 서로를 돋보이지 못하고 포화된 상태를 종종 연출한다. 장르적 혼용의 느낌은 주지만 그것이 좋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사운드의 규모를 줄인 3번째 CD가 그래서 나는 더 좋게 느껴진다. 이를 위해 두 번째 CD에서 코러스와 함께 연주되었던 ‘Re Run’을 다시 연주한 ‘Re Run Home’을 들어보라. 사운드의 웅장함은 덜해도 훨씬 씬 단단하고 알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전 ‘Cherokee’, 드뷔시의 클래식 ‘Clair De Lune’의 색다른 편곡 또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서 나는 색소폰 연주자가 3번째 CD의 기조를 조금 더 강하게 유지했다면…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분명 이 앨범이 올 해의 인상적인 앨범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주 뛰어난 앨범으로 기억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탐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이 현재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명화로 오래 기억되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