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스티브 콜맨의 이번 앨범은 두 가지 화두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상이한 요소들이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이고 하나는 아마존 밀림에서 들었던 자연의 소리처럼 전경, 중경, 후경이 모두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운드의 구현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수록 곡들은 ‘윤활관절’이란 의미의 앨범 타이틀처럼 인간의 신체나 기후와 관련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주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기존 파이브 엘레먼츠 밴드에 타악기와 현악기를 가세시켜 ‘군형 위원회’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대편성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이 밴드로 재즈는 물론 클래식, 라틴 음악이 어우러진-즉흥적 작곡이 기반이 된-연주를 펼쳤다. 이 때 색소폰 연주자의 철학적 구상의 성패는 상이한 개성을 지닌 음악 요소들이 편안하게 만나 어우러지는 것(첫 번째 화두), 역시 다양한 악기들이 바탕이 된 그 요소들이 한 자리에서 전-중-후의 분산 효과를 이루어 명확한 울림을 내는 것(두 번째 화두)에 달려 있다.
이에 나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와 균형 위원회가 들려주는 음악은 다양한 음악 요소와 대편성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음악과 사운드가 생각 이상으로 편안하다. 학구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두 화두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면서 얻은 결과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