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쟝 미셀 필크, 베이스 연주자 매즈 빈딘, 그리고 타악기 연주자 마릴린 마주르가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앨범이다. 이번 만남에서 세 연주자는 정해진 약속 없이 순간 떠오르는 감흥에 의거한 순수한 인터플레이를 시도했다. 여기에는 웨인 쇼터가 했다는 ‘규칙들은 다 버리고. 나는 미지로 나아갈 것이다’라는 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보통 자유 즉흥 연주하면 매우 어지러운 각 연주자들의 솔로 연주의 겹침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트리오의 연주는 그렇지 않다. 정해진 주제 없이 연주를 출발했음에도 이내 서로의 거리를 좁혀 완벽히 하나된 사운드를 뽑아 낸다. 그래서 작곡된 곡을 연주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히 두 개의 큰 조곡으로 나뉜 즉흥 연주 후반에 각각 ‘Alice In Wonderland’와 ‘My One & Only Love’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사전 약속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터플레이 끝에 저절로 연주하게 된 것이었다. 그 가운데 긴장 가득한 즉흥 연주를 끝에 만나는 ‘My One & Only Love’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두 곡의 스탠더드 곡으로 인해 앨범은 두 순수한 멜로디를 발견-작곡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즉흥 연주 또한 순간에 기댄 작곡의 일종이 아니던가? 앨범 타이틀이 ‘작곡(하기)’인 것도 이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