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환경적, 신체적인 이유로 집중력이 좀 떨어졌다. 산만하다고 할까? 그래서 독서가 쉽지 않다. 그래도 소설 읽기를 통해 감각을 조절하고 있다.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집이다. ‘환상의 빛’을 비롯해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이렇게 4편의 중단편을 싣고 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씌어진 것이기에 이 모두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4편의 소설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처음 만난 독자에게 단번에 작가의 성향을 알리는 무엇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네 편이 죽음, 부재, 상실…그리고 이것들에 대한 기억이 (비율은 다르지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가운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표제작이 제일 와 닿는다.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만나 결혼한 남편이 생각지도 못한 날에-사실 모든 죽음의 이별은 생각지도 못한 날에 일어난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의 죽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인데 남겨진 자의 슬픔이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은 그만큼 죽음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알게 된 옛 친구의 죽음에 지난 추억을 살피는 ‘박쥐’, ‘침대차’, 이혼 후 혼자 사는 집에 하루밤 세를 들은 신혼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밤 벚꽃’ 모두 잔잔한 일상 아래로 흐르는 쓸쓸한 긴장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아주 단순한 편이다. 소설보다 사진에 가깝다고 할까?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단순하다는 느낌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문체 때문이었다. 담담하게 현실을 묘사하고 아련하게 마음을 묘사하여 그 사이에 간극을 발생시킨 것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 것 같다.
단순하다고 하기는 했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 안에 몇 가지 장치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환상의 빛’에서 세상을 떠난 남편과 재혼한 남편, ‘밤 벚꽃’에서 이혼한 독신 여인과 신혼 부부 그리고 이 둘의 공통 경험이 되는 아름다운 벚꽃, ‘박쥐’에서 중학시절 나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섹스를 하던 죽은 친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현재의 나, ‘침대차’에서 죽은 친구와 직장상사 등은 모두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희미하게나마 중첩되어 과거의 상태가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읽고 난 뒤의 생각일 뿐이다. 그 전에 나는 작가의 문체가 소설을 아련하게 기억하게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환상의 빛’이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 이 단순한 풍경에 심리로 가득한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텀 페이퍼도 끝나고 방학을 맞아..(야호!) 소개해주신 책들 찬찬히 읽어보려고합니다.
지금은 ‘얽힘’읽고있는데..정말 흥미롭네요!
그다음은 이녀석으로..^^
얽힘…재미있는 책이죠. 양자역학, 이론 물리학에 대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ㅎ
감상과 소개글만 읽어도 마치 읽은 듯한 이 느낌..^^
‘죽음’이라는 그 사실보다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들이 어떤 것인지 매우 궁금하게 하네요.
그냥 차분하게 읽다보면 뭐가 하나 탁 남는 그런 소설들입니다. 겨울에 읽으면 더 좋을 듯..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