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오 수나가는 수나가 T 엑스페리언스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여러 일렉크로니카 앨범을 선보여왔다. 그런 중에 자신의 이름으로 DJ의 역할에 충실한 앨범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이 앨범도 그 중 하나이다. 수나가 T 엑스페리언스의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있지만 그는 재즈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들은 모두 지난 재즈의 리믹스를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비너스 레이블의 음원들을 리믹스했다. 알려진 대로 비너스 레이블은 1950,60년대의 하드 밥 사운드에 강한 애착으로 그 시대의 향수를 담고 있는 앨범들을 주로 제작해왔다. 이 레이블의 카탈로그에서 타츠오 수나가는 빌 크로우, 댄 님머, 해롤드 메이번, 스티브 쿤, 에릭 알렉산더, 존 디 마티노, 다닐로 레아 등 인기 연주자들의 음악을 가져와 새로이 리믹스를 했다. 여기에 시몬, 니키 패럿, 테사 수터 등의 노래를 징글처럼 짧게 이어 붙이기도 했다.
이런 타츠오 수나가의 작업에 대해 일단 선곡면에서는 아주 높은 평가를 내릴만하다. 각 곡들이 전반적으로 화려한 파티-춤은 아니고-의 배경음악으로 어울리는 자연스레 어울린다. 하지만 원곡을 너무 살리려 한 것일까? 아니면 여백이 없었던 것일까? 리듬을 덧 댄 것 외에 DJ의 손길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헤럴드 메이번의 ‘Fantasy’-그렇다. Earth Wind & Fire의 곡이다!-의 경우 원곡이 워낙 정신 없이 연주한 것이라 여기에 리듬을 덧 댄것은 사족처럼 보인다. 한편 보컬들의 짜깁기 정도가 그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는데 사실 그 편집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비너스 레이블은 잘 된 녹음을 과하게 압축하여 포화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이블은 저가의 오디오에서도 잘 들리는 복고적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것이 리믹스에서는 방해요소로 작용한 듯 하다. 새로운 손길을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볼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기에 원곡의 볼륨을 줄인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앨범에 담긴 곡들은 그 과정에서 질감의 저하가 발생했다.
이리 말하니 앨범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꼭 그렇지는 않다. 그냥 편하게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주 좋다. 비너스 재즈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다만 볼륨은 살짝 낮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