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웅산을 너무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절제된 모습으로 꾸준히 자신의 노래를 해 오고 있는 보컬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가장 익숙하고 전형적인 재즈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왔고 늘 그것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였다. 그녀의 노래가 다양한 레퍼토리와 사운드를 잘 소화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스무드 재즈를 추구한다. 스무드 재즈라 했지만 질감은 좀 다르다. 보통의 스무드 재즈 앨범이 기름지고 화려하다면 그에 비해 이 앨범의 사운드는 담백하고 여백이 있다. 다만 그녀가 노래한 곡들이 팝이나 록에서 가져온 것들이고 국내 연주자들 외에 릿나워, 나단 이스트, 존 비즐리 같은 스무드 재즈 쪽의 유명 인사들이 그녀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스무드 재즈라 생각하게 한다.
앨범에서 그녀의 노래는 ‘유혹’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매혹적이고 육감적이다. 특히 펑키한 첫 곡 ‘Use Me’는 매우 매력적이다. 산타나의 ‘Black Magic Woman’나 포플레이의 연주로 알려진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Between The Sheets’ 등도 선곡의 신선함과 함께 그녀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또한 팝, 록의 유명 곡들 사이에 자작곡을 노래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You Hurt Me’는 다른 유명 곡들을 압도할만큼 앨범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Loving you was like a party’를 다시 노래한 것은 과욕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유사한 분위기로 이전 앨범에서 두 번이나 노래햇기 때문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그리 매혹적이지 못하다. 그녀 스스로는 말레나 쇼의 이 곡을 매우 좋아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이번 앨범에서는 좀 참았어야 했다. 전반적으로 편하게 듣기 좋은 연주와 노래들이다. 손가락을 하나 정도 까딱거리며 도시를 배회할 때 듣기 좋은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