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안토니오 하트의 새 앨범 <Blessings>를 들었다. 푸근하고 여유로운 비밥의 색채로 가득한 앨범이라 듣는 내내 마음이 좋았다. 앨범에서 색소폰 연주자는 ‘Shiny Stocking’을 연주했다. 프랭크 포스터가 작곡하고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유명해진 스탠더드 곡이다. 엘라 핏제랄드가 직접 가사를 써 노래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Shiny Stocking’의 가사는 자신을 좋아하다가 떠나버린 남자, 그 남자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겠다고 말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애인의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좋아했단다. 스타킹 패티쉬를 지녔던 모양이다.
스타킹, 아니 스타킹을 신은 여성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서는 커피 색, 살색으로 나뉘는 등 보통의 사람이 알지 못하는 심화된 세계가 있는 것 같다. 매끈하게 뻗은 여성의 다리에 관심 없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특별히 스타킹을 신은 다리에 빠진 남성의 마음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스타킹이 체형보정 효과를 주기에 더욱 매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해해 보려 할 뿐이다.
스타킹 패티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Shiny Stocking’을 좋아한다. 그 가운데 영국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대니 모스의 2000년도 앨범 <Steam Power>에 수록된 버전을 좋아한다. 전통적인 스윙감을 유지하면서 무게감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흐르는 솔로와 2관 편성이면서도 빅 밴드 못지않은 풍성한 느낌을 내는 로이 윌리엄스의 트롬본과의 어울림이 참 좋다. 곡 제목에 따 어울리는 연주라 생각한다. 적당히 살이 붙은 풍만한 여인의 다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연주다. 이에 비하면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그보다는 날씬한 여성의 다리에 더 가깝다. 아니 마른 여성의 다리에 더 가깝다. 오늘 들은 안토니오 하트의 연주가 날씬한 여성에 가깝고.
그렇다면 나는 풍만한 여인의 다리를 더 좋아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타킹 신은 다리보다는 맨다리가 더 좋다는 것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