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유리 호닝의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앨범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앨범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평소 자유 분방한 연주를 즐겼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는 매우 차분하고 선율적인 연주를 펼쳤다. 그리고 그 연주는 매우 서정적이다. 그가 이렇게 서정적인 연주를 펼치게 된 것은 앨범이 ‘욕망’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규정하기 어려운 주제를 위해서는 뜨겁게 분출하는 자유로운 연주가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 정서와 연관된 만큼 그는 다른 어느 때보다 멜로디를 중심으로 부서질듯 섬세하고 차분하게 연주를 펼쳐나갔다.
서정적이라 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말랑말랑한 감정만 표현한 것은 아니다. 욕망을 갈증, 부재로서만 바라보는 대신 그 비어 있음이 야기하는 다양한 양태를 표현해 앨범을 풍부하게 했다. 그래서 앨범은 소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은 물론 소유하고픈 꿈, 소유하리라는 희망,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평온 등 ‘욕망’이라는 단어에서 보통 생각하게 되는 것 이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욕망의 다양한 초상은 유리 호닝의 연주만큼이나 볼페르트 브레데로데의 피아노 연주도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앨범의 제일 앞에 위치한 타이틀 곡에서 공허한 드럼 인트로 후 등장하는 담담한 코드의 전개가 특히 그렇다. 채도를 한 단계 낮춘 듯한 이 피아노의 울림이 나는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볼페르트 브레데로데가 직접 작곡한 ‘Route du Paradis 천국의 길’에서의 피아노 연주도 마찬가지다.
한편 평소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재로 해온 유리 호닝답게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자작곡 외에 다양한 곡들을 연주했다. 그 가운데 록 그룹 블론드 레드헤드의 2004년도 앨범 <Misery Is a Butterfly>에 수록된 ‘Messenger’를 연주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것도 어쿠스틱 쿼텟으로 편성만 바꾸는 선에서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그럼에도 앨범의 주제에 완벽하게 부응한다. 이 외에 칼라 블레이의 1978년도 앨범 <European Tour 1977>에 수록된 ‘Sad Song’의 경우 빅 밴드의 화려함을 제거하고 멜로디에 내재된 우울함을 꺼내어 깊은 여운이 남는 곡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몬테베르디의 ‘Lasciate Mi Morire(죽게 하소서)’의 비장한 분위기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선곡이 앨범이 다양한 갈증으로 넘치게 만든다.
끝으로 앨범 커버를 언급해야겠다. 마리에케 반 데어 린덴이라는 여성 화가의 그림인데 붉은 색과 뒤입어 배치한 사람의 모습이 주제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앨범커버때문에 클릭했습니다만, 오~도입부분이 참 좋으네요. 색소폰 음색도 모든 소리를 잡아먹지 않고 잘 녹아드는 것 같아요. 간만에 또 좋은 음악 듣고 갑니다!
올 해의 인상적인 앨범 중 하나라 생각되는 앨범입니다. 사운드와 정서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ㅎ
맞아요! 완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