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ssings – Antonio Hart (Jazz Legacy Productions 2015)

ah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에 절정에 올랐던 신 전통주의. 재즈가 가장 아름다웠던-가장 미국적이었던- 시대를 되살리자는 이 흐름은 젊은 연주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색소폰 연주자 안토니오 하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슈아 레드맨, 제임스 카터, 안토니오 산체스 등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활동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안타깝다. 일찌기 교육에 몸을 담으면서 그리 된 듯 하다. 이 앨범도 매우 오랜만에 선보이는 것이다.

11년 만의 새 앨범에서 그는 20여년전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도 복고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1950, 60년대 하드 밥의 매력적인 부분을 새로이 재현하고 있다. 특히 피아노 트리오가 아니라 오르간 트리오, 그러니까 지난 시대의 향취가 강한 오르간-기타-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와 함께 하고 있어 복고적 맛이 더욱 강하다.

사실 나는 이런 복고적인 연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하드 밥 시대가 재즈의 이데아였던 것처럼 숭상한 나머지 자신의 연주를 그 이데아의 모상(模像)으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헛된 반영의 음악을 듣느니 차라리 그 이데아인 하드 밥 시대의 앨범을 듣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시대에 경의를 지닌 연주가 무조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실력 있는 연주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연주를 펼친다. 안토니오 하트의 이번 앨범도 그렇다. 오르간 연주자 잭 맥더프를 기억하게 하는 ‘Rock Candy’를 비롯해 넉넉한 여유가 느껴지는 ‘Speak Low’, 지난 여름의 마지막 사랑을 그리게 만드는 ‘The End Of Love Affair’, 가벼운 흔들림이 좋은 ‘Shiny Stocking’, 블루지한 감각의 ‘Like My Own’ 등의 곡들을 묶은 어법으로 역시 잘 알려진 방식으로 연주했음에도 앨범은 그리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 만난 듯한 느낌을 주는 인상 좋은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안토니오 하트를 중심으로 바비 플로이드(오르간), 요탐 실버스타인(기타), 스티브 윌리암스(드럼)이 하드 밥 시대의 미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었다. 솔로 연주를 중심에 두고 촘촘한 호흡을 보이는 연주. 편한 음악이 설렁설렁한 연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네 연주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재료들로 연주한다고 해서 과거에 향수를 지닌 장년층을 대상으로 연주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해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 타이틀 ‘축복들’은 지난 시대의 가르침을 직접 받은 연주자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연주자가 현재의 모든 감상자들에게 자신이 받은 축복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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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에 절정에 올랐던 신 전통주의. 재즈가 가장 아름다웠던-가장 미국적이었던- 시대를 되살리자는 이 흐름은 젊은 연주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색소폰 연주자 안토니오 하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슈아 레드맨, 제임스 카터, 안토니오 산체스 등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활동의 폭이 그리 크지...Blessings - Antonio Hart (Jazz Legacy Production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