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쿤의 새 앨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자연스레 ECM 특유의 공간적 서정이 강조된 트리오 음악을 생각했다. 존 콜트레인의 음악을 연주했던 <Mostly Coltrane>만 해도 재즈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공간적 서정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쉽게 말하면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모습과 다른 음악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앨범은 이런 나의 예상을 비껴갔다. 그렇다고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전통적인 색채의 연주를 ECM에서 반복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은 말하자면 ECM과 비너스의 중간적 연주를 담고 있다. 난 그렇게 느낀다. 그러니까 뉴욕 재즈의 전통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그 세련됨이 ECM의 공간적 특성을 통해 발현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 스티브 쿤은 리듬을 안으로 감추지 않는다. 스티브 스왈로우, 조이 배런과 부단한 인터플레이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전체 사운드 자체는 요란한 굴곡을 보이는 대신 잔잔한 시냇물처럼 평탄하게 흐른다. 그것이 난 신선하게 느껴져서 좋다.
물론 이런 연주가 그에겐 처음이 아니다. 당장 나는 그의 1988년도 녹음 <Porgy>를 떠올렸다. 이 앨범을 통해 뉴욕 재즈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상상하던 기억이 난다.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LP를 꺼내 비교 감상하면 여러 차이가 보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면서도 절대 거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연주 스타일은 24년 전의 연주와 유사하단 생각이다.
이번 앨범에는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던 <Promise Kept>의 수록 곡 4곡과 비너스 레이블 등에서 연주했던 곡 등이 다시 연주되었다. 이 또한 나는 맘에 든다. 사실 나는 <Promise Kept> 앨범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새롭게 트리오로 연주된 곡들은 지난 나의 판단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해준다. 트리오 연주가 훨씬 좋은 것이다. 또한 비너스 레이블에서 연주했던 A Likely Story는 전반적인 흐름은 비너스 시절과 유사할지 몰라도 경제적인 공간의 활용 등에서 훨씬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