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호앙 파올로는 분명 한국인들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그가 화두로 삼은 작곡가이자 베이스 연주자인 카를로스 비카의 앨범 <Diz>(Enja 2000)을 갖고 있다면 그 앨범에서 이 낯선 피아노 연주자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카를로스 비카에게서 이런저런 영향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피아노 한 대로 카를로스 비카의 팬이라면 알고 있을 법한 곡들을 연주했다. 이런 그의 연주는 클래식적인 맛과 재즈적인 긴장이 어우러진 면을 보인다. 그 중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단번에 결정짓는 왼손의 운용이 귀에 들어온다. 농구 만화 <슬램 덩크>에서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서는 오른 손이 마치 거드는 듯한 느낌이다. 분명 작곡된 멜로디를 연주하지만 왼손의 운용에서 자연스레 멜로디가 솟아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비교적 적은 음들을 사용하면서 차분한 여백이 드러나는 데서는 키스 자렛보다는 조지 윈스턴을 생각하게 한다.
White Works (Plays Carlos Bica) – Joao Paulo (EmArc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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