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팻 메시니는 아주 특별한 솔로 앨범 <Orchestrion>을 선보였었다. 이 앨범에서 그는 혼자 연주하지만 직접 준비한 자동 연주 악기를 대거 동원하여 마치 팻 메시니 그룹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이 색다른 충격에 대한 전면적인 방향 전환을 노린 것일까? 이번에 선보인 새 앨범은 일체의 오버더빙 없이-편집은 있었다-자신의 기타 연주로만 채운 제대로 된 솔로 연주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바리톤 기타를 중심으로 연주함으로써 지난 2003년에 선보였던 <One Quiet Night>과 비교하게 한다.
하지만 <One Quiet Night>이 당시 막 장만한 바리톤 기타의 표현 가능성-특히 내쉬빌 튜닝과 관련된-을 탐구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바리톤 기타보다 팻 메시니의 개인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어 드러난다. 이것은 무엇보다 그가 연주한 곡들의 면모에서 드러난다. 자작곡 대신 사이먼 앤 가펀클의 ‘Sound Of Silence’를 비롯하여 Association의 ‘Cherish’, 버트 바카락의 ‘Alfie’, 스타일리스틱스으 ‘Betcha By Dolly, Wow’, 비틀즈의 ‘And I Love Her’ 등 그가 유년시절에 자주 들었던 인기 팝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
이렇게 연주된 곡들의 면모를 보면 인가 팝음악의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달콤한 연주를 기대하는 감상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 담긴 팻 메시니의 연주는 달콤하기는 하지만 멜로디에 연연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멜로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생각하기 전에 이 인기 곡들을 자신의 세계로 흡수하여 그 안에서 마치 팻 메시니 본인이 새로 쓴 곡이기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곡에 투영하는데 주력한다. 그 좋은 예가 앨범의 첫 곡 ‘Sound Of Silence’일 것이다. 이 곡을 바리톤 기타 대신 42현 피카소 기타로 연주하면서 그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곡에 부여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Garota De Ipanema’도 마찬가지. 보사노바의 명곡을 연주하면서 그는 보사노바를 해체하고 그 안에 차분하고 정적인 밤의 심상을 투영했다.
이처럼 익숙한 곡들을 색다르게 연주했다고 이 앨범이 완전히 낯설다는 것은 아니다. <One Quiet Night>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밤의 아름다움을 그리게 해주었듯이 이 앨범 또한 은밀하고 개인적인 팻 메시니만의 서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앨범들 보다 팻 메시니가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