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Way Out West>를 발표했을 무렵 그는 재즈 색소폰에 있어서 당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물론 이 아성은 약 1년 뒤 존 콜트레인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되었지만 적어도 1957년 당시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로 소니 롤린스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견을 달 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소니 롤린스가 당대 최고의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1949년 밥 곤잘레스 밴드를 통해 첫 세션 녹음을 한 뒤 버드 파웰과 J.J 존슨을 거쳐, 마일스 데이비스, 텔로니어스 몽크, 클리포드 브라운, 막스 로치 등과의 세션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이룩해 낸 것이었다. 그리고 솔로 앨범 활동을 두고 본다면 당대 최고라는 평가는 불과 1년 전인 1956년도 앨범 <Saxophone Colossus>의 성공을 통해서였다. (이 앨범 역시 고전의 재 발견 시간에 이야기 되어야 할 앨범이다.) 그 전까지 그는 여러 장의 리더 앨범을 녹음 했지만 1954년도 앨범 <Moving Out>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범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다가 <Saxophone Colossus> 앨범에서 보여준 여유와 해학이 곁들여진 직선적 연주로 대단하다! 는 평을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앨범 <Way Out West>는 그 타이틀과 카우보이 모자를 쓴 소니 롤린스를 담은 앨범 표지가 의미하듯 서부, 어찌 보면 흑인 중심의 재즈와 대척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카우보이의 풍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사실 왜 소니 롤린스가 뜬금 없이 카우보이 풍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글을 쓰는 나로서도 알지 못한다. 그저 어린 시절 한 때 소니 롤린스가 카우보이에 관심이 많았었다고 전해지지만 그 역시 앨범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대신 유추가 가능한 것은 이 앨범이 프레스티지가 아닌 컨템포러리 레이블에서 녹음되었다는 것이다. 레스터 쾨닉이 제작자로 있었던 컨템포러리 레이블은 당시 뉴욕이 아닌 LA를 근거로 쇼티 로저스, 쳇 베이커, 쉘리 맨 등 주로 쿨 재즈, 웨스트 코스트 재즈 계열에 해당하는 연주자들의 앨범을 제작해 오고 있었다. (물론 알려졌다시피 이후 세실 테일러나 오넷 콜맨 등의 진보적 음악을 수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위치에 있던 소니 롤린스를 영입하면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렇게 서부의 느낌으로 재즈를 연주한다는 것은 소니 롤린스에게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Saxophone Colossus>도 리듬의 측면에 있어서 카리브해의 칼립소 리듬을 도입하는 모험적 요소가 있었지 않았던가? 그리고 긴 호흡으로 여유를 두고 테마를 공략했던 그의 연주를 생각하면 카우보이의 느긋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앨범을 감상하면 듣던 만큼 앨범에 서부적인 맛이 편재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 50대 50정도라 할 수 있을까? “I’m An Old Cowhand”, “Wagon Wheel”, 그리고 타이틀 곡 “Way Out West”는 그 제목처럼 서부의 정서가 느껴지는데 “Solitude”, “There Is No Greater Love”같은 곡은 서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스탠더드 곡일 뿐더러 연주 역시 그다지 서부적이지 않다. 반면 “Come Gone”은 그 중간에 해당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단지 소니 롤린스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재즈를 연주했다는 것만을 생각했다면 이 앨범은 그렇게 특별한 앨범으로 평가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독특한 소니 롤린스의 취향이 반영된 앨범” 정도로 생각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앨범이 재즈사에서 기억될 앨범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피아노가 배제된 편성으로 녹음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피아노 없이 녹음된 색소폰 트리오 연주는 이제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1957년에는 이런 녹음이 아주 특별했다. 소니 롤린스가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피아노가 배제된 색소폰 트리오 연주는 피아노가 있는 퀄텟 연주와 무엇이 다를까? 사실 피아노가 재즈의 기본 편성에 포함되기 전까지 재즈는 멜로디와 리듬의 음악이었다. 피아노가 들어오면서 재즈는 리듬을 기반으로 한 화성(코드)과 멜로디의 음악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수직적으로 쌓아 올려 만들어진 코드는 수평적으로 흐르려 하는 멜로디의 흐름에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즉, 피아노가 코드로 제시한 공간 안에서만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비밥이 혁명적으로 이끌어낸 즉흥 연주의 자유도 사실 코드 체계의 과감한 확장을 통해서 가능해진 것임을 생각하자.) 따라서 피아노가 배제된다면 그만큼 솔로 연주자는 화성의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연주를 펼칠 수 있게 된다.
한편 피아노가 배제되면서 화성이 뒤로 물러나면서 다시 리듬이 보다 앞으로 드러나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서부 풍으로 연주하기를 마음먹으면서 피아노 없는 트리오를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즉, 서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평소보다 리듬을 강조하게 되면서 피아노가 자연스레 선택에서 빠지게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실제 서부적인 분위기는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와 쉘리 맨의 드럼이 만들어 내는 리듬에서 느껴진다. 마치 말을 타고 여유롭게 먼지가 풀풀 나는 서부 황야를 이 달리는 듯한 리듬 위로 소니 롤린스는 휘파람을 불며 태양을 등지고 유랑하는 총잡이처럼 여유 가득한 멜로디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당시로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편성으로 소니 롤린스가 연주할 생각을 했던 것은 그만큼 자신이 직접 화성과 멜로디를 동시에 책임지며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함께 한 연주자들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이 색소폰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하면서 소니 롤린스는 모험 하나를 더 시도했다. 그것은 연주 차원에서의 모험이 아니라 녹음 차원에서의 모험으로 스테레오로 녹음하면서 자신의 색소폰을 왼쪽에 극단적으로 위치시키고 베이스와 드럼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멜로디와 리듬을 완벽히 분리시켜 양쪽 다 명확히 드러낸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의 녹음은 분명 자신의 연주에 대한 확신과 동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소니 롤린스는 이를 해냈고 그 결과 앨범 <Way Out West>는 지금까지도 기획, 편성, 연주 모든 것에 있어 뛰어난 명반으로 대접 받는다.
기본적으로 1957년 LP로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수록 곡은 총 6곡이었다. 하지만 최근 리마스터링되어 CD로 발매된 앨범에는 얼터너티브 테이크 3곡이 추가되었다. 사실 CD로 재 발매된 여러 고전 앨범에는 일반적으로 여러 얼터너티브 테이크가 수록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늘어난 CD의 저장 용량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스터 테이크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테이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Way Out West>는 좀 다르다. 얼터너티브 테이크가 아닌 새로운 두 번째 버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길이와 연주 모두 다르다. 특히 “I’m Old Cowhand”의 얼터너티브 테이크는 마스터 테이크의 두 배 길이로 연주되었다. 따라서 이 앨범만큼은 얼터너티브 테이크가 포함된 것으로 감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