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코리아가 중세 갑옷을 입은 기사가 되어 말을 타고 있다. 그 위로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 1976년 칙 코리아가 그룹 리턴 투 포에버를 이끌고 녹음한 <Romantic Warrior>를 연상시킨다. 실제 팀 갈란드(색소폰), 찰스 알투라(기타),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베이스), 마커스 길모어(드럼) 등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은 37년 전의 화려했던 퓨전 시절을 많이 연상시킨다. 앨범 표지만큼이나 우주적인 분위기지만 기본적으로 칙 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연주자들의 놀라운 기교가 전체를 지배한다. 다만 그 기교가 속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올 해 우리 나이로 73세가 된 노장의 여유를 느끼게 할 뿐이다. 그래도 라비 콜트레인(색소폰)까지 불러 함께 한 17분이 넘는 대곡 ‘Pledge For Peace’는 적어도 올 해의 베스트 연주로 꼽히겠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감상자를 연주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화려한 연주는 리턴 투 포에버를 모델로 하고 있는 듯한 새 그룹이 실제로는 <Romantic Warrior>로부터 10년 뒤 결성했던 일렉트릭 밴드를 원형으로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노장의 손가락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으며 우주적 상상력 또한 여전히 싱싱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