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재즈가 유럽으로 건너와 유럽의 클래식, 민속음악과 접목되면서 유러피안 재즈라는 경계불명의 재즈가 형성이 되었다면 <Undertow>는 다시 이 유러피안 재즈에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결합한다. 최근의 흐름대로 정의한다면 일렉트로 재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이 제작된 노르웨이의 오슬로의 음악 무대는 노르웨이의 민속음악, 재즈, 테크노를 중심으로 한 전자음악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상이한 지향점을 가진 음악인들이 자연스레 만나는 일이 빈번한데 이런 만남 중에 오슬로를 현재 유럽의 음악계에서 선두 도시로 인식하게 하는 일렉트로 재즈가 발생한다. 이 일렉트로 재즈의 흐름의 중심에는 바로 이 앨범에도 참여하고 있는 부게 베셀토프트와 닐스 페터 몰배가 있다. 이 두 연주자는 시젤 엔드레센과 오랜 시간동안 함께 활동한 동료이다. 부게 베셀토프트와는 그녀의 두 번째 앨범 <Exile>(ECM 1994)에서 만나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면서 ACT라벨을 통해 <Night Song>과 <Duplex Ride>(이상 1993)의 듀오 앨범을 발표했고 닐스 페터 몰배와는 첫 앨범 <So I Write>(ECM 1990)부터 만나 올해 발표된 몰베의 <Solid Ether>(ECM 2000)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게 베셀토프트와 닐스 페터 몰배 역시 서로의 앨범에 게스트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부게 베셀토프트는 현재 이 앨범이 발표된 Jazzland Rec의 창시자이자 주인이다. 이런 음악적이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 앨범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시젤 엔드레센의 위치는 노마 윈스턴과 함께 몇 안되는 유럽의 시적인 여성 재즈 보컬의 주요인물로 간주되어 왔다. ECM에서 그녀가 들려주었던 노래들은 기교보다는 단순한 창법으로 가사가 주는 느낌을 전달하는데 더 주력하는 곡들이었다. 약간은 싱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적이면서 잔잔한 느낌의 곡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그리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종의 창법으로 인정하게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시젤 엔드레센의 보컬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가 들려주는 목소리와 분위기는 불모의 겨울을 생각하게 할만큼 메말라 있고 허무하고 비관적으로 들린다. 거의 읊조린다고 할 만큼 큰 변화없이 정적으로 진행된다.
음악적인 면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제시되어 왔던 일렉트로 재즈의 전형을 벗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어쿠스틱 악기 위주의 유러피안 재즈 스타일이 가미되 역동적인 면보다는 정적이고 공간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이 다른 일렉트로 재즈 앨범과 다른 것은 리듬악기의 참여가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곡에서 리듬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드럼등의 악기가 사용되더라도 그것은 리듬보다는 음악의 색깔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시젤 엔드레센의 목소리에 맞추어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는데 닐스 페터 몰배가 1997년에 발표한 <Khmer>(ECM)의 사운드와 비슷한 면을 보인다. 그리고 나아간다면 일렉트로닉을 중심으로 현대 음악, 민속음악, 재즈를 다루는 노르웨이의 라벨 Rune Gramophone의 음악들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앨범에서 기존의 재즈의 즉흥성에 충실한 연주를 꼽으라면 두 곡에서 닐스 페터 몰배가 들려주는 트럼펫 연주일 것이다. 건조하면서도 도시적인 어둠을 상상하게 하는 트럼펫 연주다. 그렇다면 왜 이 앨범을 재즈로 보는 것일까? 이미 이 앨범에서 재즈의 경계는 유러피안 재즈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그보다 더 희미해 진다. 재즈도 앰비언트 테크노도 아닌 (재즈적인) 시대의 흐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정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음악일 뿐이다. 이제 재즈는 중심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적 분위기의 도구가 될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악적으로 그리 가볍게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며 시젤 엔드레센의 목소리가 다른 어느 앨범에서보다 완숙되고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