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감상의 차원에 있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인을 담고 있다. 우선적으로 아직 토마즈 스탄코 외에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재즈를 엿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안나 마리아 조펙이 노래하는 음악이 팻 메스니의 음악이라는 점, 따라서 팻 메스니의 음악이 어떠한 스타일로 변형이 되어 나타날 것인가라는 궁금증, 끝으로 함께 참여하는 팻 메스니의 연주에 대한 호기심 등이 이 앨범에 관심을 가게 만든다. 사실 이러한 관심들은 앨범의 주인인 안나 마리아 조펙에 관련된 것보다는 팻 메스니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다고 안나 마리아 조펙을 무시하지 말자. 반대로 팻 메스니가 직접 발벗고 나서서 보컬리스트와 세션이 아닌 협연을 하는 경우는 노아(Noa)이래 처음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자. 그리고 이미 PMG의 지난 해 앨범을 통해 팻 메스니의 연주자 발굴에 대한 혜안에 감탄했었기에 분명 이번 안나 마리아 조펙의 앨범은 감상 이전에 일정의 점수를 얻고 있다.
팻 메스니의 존재가 강하기는 하지만 안나 마리아 조펙 역시 단순한 신인은 아니다. 그녀의 이전 앨범들을 보면 이미 그녀가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앨범 전체가 단순히 팻 메스니의 곡으로만 채워지지 않고 그녀 자신의 곡도 포함시켰다는 사실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녀의 곡을 기준으로 팻 메스니의 곡을 비교해볼 때 단순하게 그녀가 팻 메스니의 곡을 파라프레이징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각 곡들을 운용하려고 했다는 것들이 쉽게 발견된다.
팻 메스니의 곡이건 다른 곡이건 그녀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어둠이 감지된다. 그것은 이미 앨범 표지에서 받게 되는 음습함에 대한 선입견일 지도 모르겠으나 그녀의 노래와 음악은 어두움, 우울함이 가득하다. 이것이 팻 메스니의 음악이 안나 마리아 조펙에 의해 불리워지면서 생기는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사실 팻 메스니의 음악들은 전반적으로 한 낮 광활하게 펼쳐진 미국의 평원을 달리는 여행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여행의 이미지들이 등장하지만 그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양옆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어둠을 향하는, 나아가 내면을 향하는 여행에 더 가깝다. 과연 이것이 미국과 다른 폴란드라는 국가의 (지리적 위치등 여러 요인이 결합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는 나로서도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어두운 분위기가 특별한 편곡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 또한 이채로운 일이다. 대부분의 곡들은 팻 메스니의 포크적인 성향을 반영하듯이 기타 반주로 편곡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타 연주도 팻 메스니 본인이니 편곡과 연주에 있어서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결국 이 사운드를 감싸는 공간적인 면에 모든 혐의를 두게 되는데 내 생각으로는 사운드가 팻 메스니의 원곡에 비해 보다 더 공간적으로 깊어진 동시에 폭으로는 좁혀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여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팻 메스니가 찰리 헤이든과 함께했던 <Beyond The Missouri Sky>(1996 Verve)에서의 공간적 느낌과 유사성을 비교한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아무튼 그 기저가 어떻든 간에 팻 메스니의 음악이 긍정적 새로움을 생산한다는 사실은 감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반가운 일이다.
끝으로 팻 메스니의 유명한 ‘Are You Going With Me?’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 싶다. 이 곡에서 안나 마리아 조펙은 원곡의 라일 메이스가 연주하는 부분을 허밍으로 처리해 낸다. 미성은 아니지만 비성을 섞어 만들어 내는 목소리는 분명 라일 메이스의 연주 이상의 감동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팻 메스니가 기타 신디사이저로 또 한번의 명연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자. 비슷하면서도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던 팻 메스니의 연주 이력에서 이번 연주는 80년대의 진한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편곡에 있어서 인트로를 후반부에 일종의 루핑으로 등장시킨 것까지는 절묘했지만 그 분위기적 표현이 거친 방향으로 설정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명곡은 어떻게 연주해도 명곡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호연이다.
사실 한 스타일리스트 본인의 곡은 다른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게 될 때에는 어색하기 쉽다. 예로 팻 메스니의 곡을 빅 밴드적인 감각으로 처리했던 밥 커노우의 <The Music Of Pat Metheny & Lyle Mays>(Mama 1994)가 연주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신기하다, 우습다라는 느낌에 갇혀 버렸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안나 마리아 조펙의 이번 앨범은 어떻게 팻 메스니의 음악을 텍스트로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최근 이 앨범이 수입사간의 문제로 국내 소개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