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피에라눈지의 피아노 솔로 앨범이다. 그동안 그는 참으로 많은 앨범들을 녹음했다. 다른 연주들과 비교하면 그리 많다고도 볼 수 없지만 그 스타일이 유사해서-일관하다고 해야 하나?-많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앨범들이 고만고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1990년대까지의 녹음들이 그러하다. 이 앨범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앨범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놀라운 것은 다 비슷하면서도 그 연주의 질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만의 색다른 매력을 말한다면 피아노 솔로 연주임에도 블루스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워낙 유럽적 정서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그이기에 솔로 연주라면 특유의 서정미만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은데 그 와중에 블루스적인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 귀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역시 그의 매력은 서정성에 있다. 특히나 타이틀 곡이 아름답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듣는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확연하게 그의 음반이력에서 도드라진다고 할 수 없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앨범을 많이 들어본 감상자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Un’alba Dipinta Sui Muri – Enrico Pieranunzi (Egea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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