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을 주제로 한 앨범 <Nostalgia>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프랑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프랑소와 쿠튀리에가 이번에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타이틀 곡이 여전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앨범 또한 <Nostalgia>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타이틀 곡 외에 바흐(L’intemporel), 시인 아르튀르 랭보(Sensation), 청기사파 화가들(Der Blaue Reiter) 등을 위한 곡을 통해 다른 예술 작품에 대한 피아노 연주자의 개인적 감흥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번 앨범은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곡을 진행시키고 있다. 첫 곡 L’aube(새벽)’를 시작으로 ‘Soleil Rouge(붉은 태양)’, ‘Un Jour Si Blanc(매우 밝은 낮)’을 거쳐 ‘Par les soirs bleus d’ete(푸른 여름 밤들을 지나), ‘Moonlight’으로 끝나는 곡들이 하루를 상상하게 한다. 그런데 피아노 연주자가 바라본 시간의 흐름은 빛의 미묘한 변화에 기인한다. 루앙 성당과 지베르니 정원 그림으로 유명한 모네의 그림처럼 시간의 흐름을 빛으로 표현한다. ‘Colors’ 4부작, ‘Clair-Obscur’ 2부작이 그 대표적이고 그 외의 곡에서는 주황(Orange), 빨강(Rouge), 하양(Blanc), 파랑(Bleu)등의 단어가 곡 제목을 장식하며 빛의 변화를 상상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프랑소와 쿠튀리에의 연주에는 재즈나 현대 음악의 긴장과 함께 인상주의 클래식적인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앨범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찍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가 은밀하게 다시 드러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