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Underground>이후 크리스 포터가 다시 한번 자신의 일렉트릭 밴드 앨범을 녹음했다. 크렉 테이번(건반), 네이트 스미스(드럼)가 여전히 그와 함께 했으며 웨인 크란츠 대신 아담 로저스(기타)가 새로 가세했다. 베이스가 없는 독특한 편성으로 그는 7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를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한 연주를 들려준다. Groove보다는 하나의 Pulse에 가까운 리듬의 상하 움직임, 그리고 화려한 변박과 그 반복에서 발생하는 긴장, 멜로디라기보다 건축물의 외곽선에 가까운 정교한 테마 등이 어우러져 상당히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멈춘 듯 나아가고 나아가는 듯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주의 패턴을 듣다 보면 미로에 갇힌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상당히 복잡 정교한 연주임에도 모든 것이 쉽사리 흐르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무래도 베이스가 없다는 것-크렉 테이번의 건반이 이를 대신하는 경향이 강하다-과 기타와 색소폰이 종종 유니즌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편곡에서 여러 고려를 했다는 이야기도 될 테고.
한편 크리스 포터의 클라리넷 연주와 네이트 스미스의 기계적인 드럼 연주를 따로 관심 가져보는 것도 감상을 재미있게 한다. 그리고 밥 딜런의 ‘It Ain’t Me Babe’를 연주한 것은 일종의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