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 Out the Stars: The Final Village Vanguard Recordings (6CD) – Bill Evans Trio (Warner 1996)

be빌 에반스에게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가 있다면 그것은 스콧 라파로, 폴 모시앙으로 이루어진 초기 트리오와 마크 존슨, 조 라바르베라로 이루어진 말기 트리오 중 어느 트리오가 더 훌륭한가에 관계된 문제일 것이다. 사실 이런 트리오의 우열의 문제는 음악적인 면 외에 다른 면이 더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첫 번째 트리오는 스코트 라파로의 죽음으로 1년도 못채우고 트리오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 그리고 말기 트리오는 빌 에반스 자신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 전설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얼마 전까지는 초기 트리오가 여론적 우세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말기 트리오가 진정한 인터 플레이를 완성했던 트리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본인 역시 동의하고 있다. 이 새로운 주장에 근거를 제시할 때에 바로 이 박스세트 앨범을 언급하게 된다.

사실 빌 에반스의 피아노는 말기로 갈수록 보다 더 내면화되고 개인적인 면을 띈다. 그래서 그의 말기 앨범들은 보면 침묵이 지배하는 발라드 앨범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피아니시모 근처에서 맴도는 아주 여린 피아노 음색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감싸는 보다 정교해진 보이싱이 돋보였던 것이 빌 에반스의 말기 모습이었다. 게다가 말기 트리오 멤버를 만나기 전까지는 에디 고메즈의 베이스만 늘 함께 했을 뿐 드럼 연주자는 늘 바뀌는 한시적인 트리오만이 존재했었다. 그래서 트리오보다는 빌 에반스 개인으로서의 명성이 더 높았다. 이후 말기 트리오의 초기엔 트리오의 형태가 잘 갖추어졌지만 이미 완전한 대가로서의 면모를 완성한 빌 에반스의 힘에 다른 멤버들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앨범은 다르다. 초기 트리오를 능가하는 인터 플레이와 역동성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빌 에반스는 당시 코카인으로 찌들어 있었던 지라 간혹 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했던 손으로 연주하는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힘찬 연주를 들려준다. 새로운 삶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마지막 불꽃이었을까? 무척이나 외향적인 연주를 펼쳐 나가고 있다. 여기에 마크 존슨의 베이스와 조 라바르베라의 드럼은 이제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아주 자유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마크 존슨의 베이스는 기타와도 같은 속도와 주법을 들려주고 있고 조 라바르베라의 드럼 역시 적극적으로 솔로에 가담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곡들은 빌 에반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 연주자가 공유하고 있는 진정한 트리오 음악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런 모습은 초기 트리오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3년 뒤 탄생하게 될 키스 자렛 트리오가 지닌 완벽한 자유연주의 전초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최근 키스톤 코너 공연을 담은 <Last Concert> 박스 세트가 Prestige사에서 발매되었다. 공식적으로 이 박스 세트가 빌 에반스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공연의 의미를 떠나서 이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공연이 개인적으로는 빌 에반스 트리오 연주의 결정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박스세트가 부담이 간다면 한 장으로 발매된 하이라이트판이 있으니 그 앨범을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4일간의 공연이었기에 같은 곡들이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정리해서 한 장에 담은 앨범이다.

초기 빌리지 뱅가드 공연 10일 후 스코트 라파로가 명을 달리했다면 이 마지막 빌리지 뱅가드 공연 한 달 뒤에는 빌 에반스 자신이 세상을 떴다.

댓글

빌 에반스에게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가 있다면 그것은 스콧 라파로, 폴 모시앙으로 이루어진 초기 트리오와 마크 존슨, 조 라바르베라로 이루어진 말기 트리오 중 어느 트리오가 더 훌륭한가에 관계된 문제일 것이다. 사실 이런 트리오의 우열의 문제는 음악적인 면 외에 다른 면이 더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Turn Out the Stars: The Final Village Vanguard Recordings (6CD) - Bill Evans Trio (Warner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