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재즈는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분명 사고나, 표현 모두에 있어 일정한 차이가 있다. 쟝 미셀 필크만 해도 그렇다. 이 프랑스 출신의 연주자는 미국에서 대담하고 직선적인 연주로 큰 호응을 얻었었다. 하지만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에는 부드럽고 개인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보리스 코즐로프(베이스), 빌리 하트(드럼)와 함께 트리오를 이뤄 녹음한 이 앨범은 드디어 그가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그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앨범의 첫 곡 ‘The Other Night’의 서정적인 도입부를 들을 때는 이런 나의 생각에 선뜻 동의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내 불연속적인 공간감이 드러나는 연주가 이어지고 다시 그것이 환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커다란 스케일로 확장 상승해가는 것을 확인한다면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슈베르트의 클래식에 쟝 미셀 필크의 상상력이 더해진 ‘Relic’이나 익숙한 멜로디를 재구성 하여 우주적인 느낌마저 주는 ‘Try To Remember’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한편 트리오 편성이지만 전체 균형은 피아노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트리오적인 느낌이 덜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피아노의 역동적인 흐름에 궤를 같이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역할 자체가 축소되었다 생각되지 않는다. 특히 5장으로 구성된 타이틀 곡은 트리오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