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이리도 복잡한 도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혼자 살 수 없음에도 우리는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그리곤 한다. 말 없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본 후 다시 군중 속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 있고 싶을 때,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 재즈 연주자들은 솔로 앨범을 녹음하게 되는 것 같다.
피아노 연주자 이지영의 이번 새 앨범이 그렇다. 피아노 솔로로 녹음한 이 앨범을 두고 그녀는 자신의 ‘일기장’이라고 말한다. 타인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해서 편안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 그런데 그녀의 이번 일기는 슬픔, 외로움, 애상으로 가득하다. 실제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담으려 했다 생각되는‘First Love’를 시작으로 그녀의 피아노는 요동치는 불안(‘Circular Motion’), 홀로 있음(‘Loneliness’), 뒷 모습이 슬픈 남자(‘Song For A Sad Man’),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Moving Backward’) 등의 다소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차분하게 그려나간다. ‘Waltz No.3’나 ‘Song Of Dawn’, ‘Reminiscence (Your Smile)’같은 곡이 그나마 미소를 희미하게 담고 있지만 그 또한 그리움, 아련함으로 물들여져 있다.
한편 이번 앨범을 그녀는 이지영이 아닌 ‘슬픔’을 의미하는 스페인어‘Tristeza’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그만큼 앨범을 녹음할 무렵 그녀를 사로잡았을 회색빛 정서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리고 평소에 드러내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본다. 즉,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정리하듯 연주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이해받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픈 바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앨범 활동은 소통의 욕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누구는 이 앨범을 멀리는 키스 자렛이나 케틸 뵤른스타드, 가까이는 김광민의 솔로 연주와 비교하며 그냥 지나칠 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첫 인상일 뿐. 들으면 들을수록 그 안에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이지영만의 이야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주가 자신의 내면을 건드리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죄송하지만 내가 리뷰라 하면서도 이리 유치한 감상문에 가까운 글을 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끔은 그저 들리는 대로 들어야 하는, 판단을 중지시키는 음악을 만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