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은 탁월한 연주력과 정교한 작/편곡 솜씨, 최고의 연주자들을 규합하는 카리스마, 재즈에 대한 진지한 사고, 그리고 감상자를 자신의 공간 속으로 이끄는 스타성까지 연주자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재즈계의 중심에 머무르면서 여러 뛰어난 앨범을 선보여왔다. 특히 데뷔 앨범부터 2001도 앨범 <Passage Of Time>에 이르는 앨범들은 한 신인 색소폰 연주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 음악적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00년대에 접어 들어 샘 야헬과 함께 전자적 질감이 가미된 사운드를 추구하는 엘라스틱 밴드 활동을 하는 한편 실력파 연주자 8명이 모여 모던 재즈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실험적 그룹 샌프란시스코 재즈 콜렉티브의 멤버 겸 음악감독으로 2007년까지 활동하는 등 음악적 영역을 넓혔다. 그런데 당대의 새로운 흐름을 자기 식으로 소화하고(엘라스틱 밴드) 보다 진지하게 재즈에 접근하는 것(샌프란시스코 재즈 콜렉티브)은 좋았지만 모두 다른 연주자와의 협업을 통한 활동이었던 만큼 (본인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외형상으로는 프로젝트적인 성격이 강했다. 다시 말해 그 성과와 상관 없이 조슈아 레드맨만의 것이라는 느낌은 덜 했던 것이다.
그런 중 2007년에 선보인 앨범 <Back East>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알리는 것이었다. 동양적인 사운드로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비밥의 근본적인 부분에 충실했던 이 피아노 없는 트리오 앨범을 통해 그는 아직도 자신의 연주력과 작/편곡력, 표현력, 음악적 영감이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피아노 없는 트리오를 더블 트리오로 확장한 음악을 선보인 2009년도-앨범 <Compas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보여준 발라드 성향의 앨범 <Walking Shadow>(2013)을 사이에 두고 본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었다. 2009년 뉴욕의 재즈 스탠더드 클럽에서의 공연과 2013년 워싱턴의 블루스 앨리 클럽 공연을 모아 놓은 앨범이다. 타이틀이 ‘Trio’가 아닌 ‘Trios’로 표기된 것은 조슈아 레드맨, 그레고리 허친슨(드럼)을 기본으로 각기 다른 베이스 연주자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재즈 스탠더드 클럽에서는 맷 펜맨이, 블루스 앨리 클럽에서는 루벤 로저스가 함께 했는데 두 공연의 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다.
세 곡의 스탠더드, ‘Mantra #5’, ‘Soul Dance’ 처럼 이미 다른 앨범 선보였던 자작곡, 그리고 새로운 곡 ‘Act Natural’ 등을 담고 있는 이 라이브 앨범은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에서 절제했던 연주적 자유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Never Let Me Go’같은 발라드 곡에서조차 그의 솔로는 멜로디에서 도약해 상하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러한 거리낌 없는 솔로는 감상자를 보디빌더의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역동적인 솔로에 감동했던 비밥/하드밥 시대로 이끈다. 특히 애초에 그가 피아노 없는 트리오 음악을 생각했을 때 원형으로 잡았던 소니 롤린스의 1950년대 후반을 다시 한번 연상시킨다. 트리오는 아니었지만 소니 롤린스가 1956년 앨범 <Saxophone Colossus>에서 연주했던 ‘Moritat’를 연주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따라서 소니 롤린스의 <Live At The Village Vanguard>(1957)와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물론 그의 트리오 연주를 소니 롤린스의 재현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편성 부분은 선배로부터 영감을 얻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 연주는 어디까지나 그의 것이다. 록 그룹 레드 제플린의 곡 ‘The Ocean’의 연주가 특히 그렇다. 이 록 기반의 곡을 그는 펑키하게 연주하여 트리오 연주로 엘라스틱 밴드 시절의 음악을 아우르려 했음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초기 앨범 수록곡 ‘Soul Dance’ 등을 연주한 것은 그의 음악적 본령은 편성의 차이와 상관 없이 지속 중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소니 롤린스의 라이브 앨범과 이 두 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을 비교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1995년에 발표된 첫 라이브 앨범 <Spirit of the Moment: Live at the Village Vanguard>과 함께 듣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