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욱은 프랑스에서 재즈를 공부하면서도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2006년 재즈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금까지 그는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두 장 모두 한국 재즈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만한 개성 강한 연주로 감상자를 사로잡았다. 이번 세 번째 앨범도 그러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그는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길을 찾듯 순간의 진실을 따라 잠재된 상태에 머물러 있던 음들의 조합을 탐구해 나간다. 그 조합은 특정한 이미지에 기대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 행위 자체에 몰입한 결과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 형식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 조차 순간의 직관에 의해 하나씩 조합해 나간다. 그럼에도 모든 곡들이 치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것처럼 들리는 것이 놀랍다. 이것은 멜로디, 리듬, 화성 모두를 동시에 생각하는 종합적인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허대욱은 마치 세 개의 자아로 분열되기라도 한 듯이 곡마다 하나의 완벽한 건축물을 제시한다. 피아노의 질감까지 창의적으로 변형해가며 모든 음악적 요소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는 듯한 앨범의 타이틀 곡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키스 자렛의 솔로 연주를 들을 때만큼이나 짜릿한 흥분을 선사한다. 한편 음악 자체에만 집중했으면서도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이 곡의 구조, 빠르기와 상관 없이 서정적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앨범의 매력이다. 아마도 모든 음악적 자유가 그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Trigram – 허대욱 (Audio Gu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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