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르도 누네즈는 스페인 출신의 기타 연주자로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재즈를 아우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플라맹코에 재즈적인 맛이 살짝 가미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런데 플라맹코나 재즈 외에 아랍적인 색채가 살짝 드러나기도 한다. 플라맹코 안에 아랍적 요소가 내재되었기 때문일까? 내지를 보니 이 앨범에서 기타 연주자는 자신의 아랍 친구가 꿈을 찾아 유럽으로 이주하는 그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한다. 그런 이유로 앨범 타이틀을 <횡단>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열정과 우수가 어우러진 곡들이 커다란 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랑의 상상을 자극한다. 특히 존 스코필드의 곡을 연주한 ‘Chicken Dog’이 그렇다. 기타가 플라맹코로 바뀌면서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을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색다른 상상을 자극한다는 것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몇 곡을 급한 페이드아웃으로 끝낸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