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기욤 드 샤시는 지금까지 자작곡, 스탠더드 곡, 샹송, 팝, 클래식 등 다양한 곡들을 서정과 긴장이 아름답게 어울려 실내악적 분위기를 넣어 연주해왔다. 특히 지난 2012년도 앨범 <Silences>에서 쇼스타코비치, 풀랑, 프로코피에프 등의 클래식을 재즈적인 틀 안에서 새로이 풀어낸 것은 그의 음악적 정점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이번 앨범은 그 반대로 재즈적인 형식에 클래식을 맞추기 보다 아예 클래식적인 틀에 재즈를 부여하려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동료 피아노 연주자 쟝 크리스토프 촐레가 지휘하는 부르고뉴 디종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작곡을 콘체르토 형식으로 연주했다. 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생각하게 된 것은 과거 클래식 콘체르토가 연주자의 즉흥 연주를 허용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기욤 드 샤시 본인은 무척 만족할 듯싶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어울림이 괜찮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울림에 신경을 쓰면서 생길 수 있는 피아노의 독주의 즉흥성도 잘 유지되었다. 피아노 연주자의 우아한 터치와 내적인 시정 또한 여전히 아름답다.
그런데 앨범을 재즈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몇 가지 아쉬움이 발견된다. 먼저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다소 작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피아노 연주의 즉흥적인 부분이 강해지면 전체적인 균형이 약해진다. 한편 피아노의 즉흥성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사운드의 질감이 클래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즈와 클래식의 장르적 불안이 느껴진다. 이것은 앨범의 후반부를 차지한 프레데릭 몽푸의 ‘Musica Callada’의 몇 곡을 연주한 것을 들으면 더욱 명확해 진다. 그의 피아노 솔로는 재즈보다는 클래식에 더 가깝다. 물론 장르적 특성에 음악을 가두면 안되리라. 그래도 연주의 완성도와 별도로 앨범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