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자는 이 앨범을 과연 재즈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첫 곡이 시작된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제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전통의 블루 노트-비록 현재는 향수만 남은 메이저의 방계 라벨로 변질되고 말았지만-에서 발매되었고 많은 재즈 애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재즈에 포함되는가 보다. 그렇다. 이것이 상업적인 마케팅에 기인하건 아니건 간에 현재 재즈는 현대 클래식, 즉흥 음악과 결합을 해서 아주 심각한 쪽으로 나가는 축과 이처럼 아주 가벼운 방향으로 나가는 축이 공존하고 있다.
이 앨범의 주인은 생 제르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뤼도빅 나바르라는 프랑스의 한 DJ이다. 그는 이 앨범 전에 F Communication이라는 테크노 라벨에서 두 장의 앨범을 냈었다. 그런데 나바르는 악보를 전혀 읽을 줄 모른다.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소리들을 샘플링하고 이것들을 루핑하는 방법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재즈 음반을 냈다는 것이 어쩌면 일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앨범이 재즈 앨범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진짜 연주를 하는 재즈 연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신보를 내놓은 기타 연주자 에른스트 랭글린 등의 연주자의 즉흥 솔로(Montego Bay Spleen)가 이 앨범에 재즈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뤼도빅 나바르는 그의 기타를 여러 번 녹음해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샘플링해 자신의 곡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도 적용이 된다. 재즈의 즉흥성을 다시 하나의 기존 텍스트화 시켜서 테크노에 도입을 하는 것이다.
‘So Flute’같은 격렬한 플루트 연주나, 교묘하게 삽입된 불루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존 리 후커의 목소리와 기타같은 흥미를 이끄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일종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너무나 단순한 루핑이다. 재즈를 떠나서 하우스나 테크노 등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소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변형시켰는가인데 이 관점에서 보아도 뤼도빅 나바르의 프로그래밍은 너무나 단순하다. 간혹 나오는 즉흥 솔로 외에는 몇 소절의 음악이 오랜 시간동안 반복되는 것밖엔 안된다. 이것은 테크노 자체에 내재된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어된 즉흥성은 이미 생기를 잃는다. 물론 뤼도빅 나바르 자신은 단순한 샘플링에서도 재즈같은 의외성을 도입하려 했다고 하지만 그 부분은 미미하다. 조금더 다채롭게 샘플링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앨범은 연주 자체보다는 일렉트로 재즈의 붐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