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준에 아름다운 음악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클라리넷 연주자 장 마크 폴츠의 앨범이다. 평소 스테판 올리바를 위시한 여러 연주자와 활동할 때 그의 클라리넷은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곤 했다. 긴장, 불안을 담고 있는 평화의 이미지랄까?
첼로 연주자 맷 터너, 피아노 연주자 빌 케로더스와 함께 한 이 앨범은 이러한 클라리넷 연주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너무 고요하고 정지된 느낌을 받으면 저절로 소리와 움직임을 상상하게 되듯이 그의 연주는 소리를 통해 침묵을 확인하게 하고 회색 빛 색조를 통해 투명함을 상상하게 한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한 나절의 어울림을 통해 급조된 것이라니 더 놀랍다. 첼로와 클라리넷이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은 확실히 순간성을 넘어선 것이다. 직관이 단번에 영원으로 가는 통로를 발견한 것일까? 한편 빌 캐로더스의 피아노는 어둡고 건조한 마찰의 공간에 한 방울의 서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전 그의 솔로 앨범에서 감탄했던 내적 서정이 이번 앨범에서 다시 한 번 존재를 드러낸다.
이런 앨범은 조용히 오디오의 볼륨을 조금 크게 해놓고 숨죽인 채 들어야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일전에 말했던 유럽식 시공간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녹음은 미국에서 되었지만 말이다. 바쁜 일상에 그냥 들으면 앨범은 그냥 스릴러 영화를 위한 배경 음악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나무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 가슴으로 각 음역대의 울림을 받아들이면 이내 이 앨범에 담긴 고요의 미학에 감동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