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의 음악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동안 실험적이고 크로스오버적인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런 그의 활동은 요즈음 크게 둘로 나뉘는 것 같다.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과 기존에 발표된 자신의 곡을 어쿠스틱 편성으로 새로이 연주하는 것. 앨범 <Three>는 그 가운데 후자에 해당한다.
이 앨범에서 그는 ‘The Last Emperor’, ‘Bibo No Aozora’, ‘A Flower Is Not A Flower’, ‘Merry Christmas Mr. Lawrence’등 그를 대표하는 곡들을 본인이 연주하는 피아노, 자키스 모렐렌바움의 첼로, 주디 강의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트리오 편성으로 새로이 연주했다. 앨범 타이틀은 이 트리오 편성을 의미한다.
클래식의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된 만큼 앨범은 클래식의 실내악적 향취가 강하다. 하지만 역시 앨범의 매력은 편성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편성에서도 유지되는 작곡가만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회색조의 우울과 약간의 현대적 긴장, 그리고 서양에서는 보통 동양적이라 말하는 일본의 명상적 색채가 어우러진 사운드는 분명 류이치 사카모토만의 것이다. 그것도 많은 감상자들이 좋아하는. 게다가 단출한 편성의 연주가 개인적이고 내밀한 느낌을 만들어 내기에 류이치 사카모토식 어두운 낭만성이 더욱 더 가슴을 파고 든다.
한편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미 트리오 편성으로 자신의 기존 곡을 새로 연주한 적이 있다. 1996년도 앨범 <1996>이 그것인데 이 때에도 자키스 모렐렌바움이 함께 했었다. 연주된 곡 또한 네 곡이 겹친다. 그러므로 비교 감상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